'금리 정점론' 확산...고정금리 대출 증가 효과 의문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올해 들어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 추이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 손질에 나서자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소비자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선호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지만 이미 금리가 최고점에 근접했다는 '금리 정점론'이 확산되고 있어 당장 시장에 통할 지는 미지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금융권,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9차 실무작업반'을 열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기 속 변동금리 차주의 부담을 줄여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금융사에 순수 고정금리 비중 목표를 부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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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서 두 번째)이 지난 24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9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김 부위원장은 "은행권이 자체적인 고정금리 취급을 가로막는 제도적·관행적 장애요인을 적극적으로 발굴·개선하고, 금융이용자들이 고정금리에 충분히 매력을 느끼고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개발·판매에도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책 모기지를 제외한 은행의 순수 고정형 대출 비중은 전체 대출의 2.5%,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전환)은 22%에 불과했다. 이는 해외 주요국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미국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96.3%, 프랑스는 97.4%, 독일은 90.3%에 달한다.
그동안 변동금리가 상대적으로 이자가 낮다는 장점으로, 금리변동위험이 있어도 그 위험성을 간과해 취급되는 경향이 있었다.
금융당국은 혼합형 대출 중심으로 운영됐던 고정금리·분할상환 목표 비중 관리기준을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목표로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고정금리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금리산정체계 및 중도상환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선호유인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또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정책모기지 공급' 중심에서 민간의 자체 고정금리상품 확대를 지원하는 역할로 다변화하는 방안과 고정금리 대출 취급에 따른 금리변동위험 헤지를 지원하는 '스왑뱅크' 설립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논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논의는 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달 전월 대비 2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서는 시점에 나온 것이다. 고금리 여파로 줄어들던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금감원은 최근 늘고 있는 연체율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안전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향후 가계대출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규모가 102.2%로 높은 수준인 데다 향후 자산 시장과 시장 금리 향방에 따라 증가세가 빨라질 수 있어 경각심을 놓지 않고 관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진단과 제도 개선안과 별개로 현재 시장은 금리가 최고점에 근접했다는 '금리 정점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고려하고 있는 금융소비자 사이에선 변동형과 고정형 상품을 놓고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변동형과 고정형 주담대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당장 소비자들이 고정형 상품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고정형 금리가 낮게 유지되면서 고정금리 대출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한 상황인데, 고정형 금리의 주담대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4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연 4.62%였다. 하지만 이달 변동형 금리 하단은 3.97%로, 5개월 전 고정형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고정금리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크게 뛰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변동금리를 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사에 대한 고정금리 비중 목표가 시장수요와의 괴리를 최소화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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