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유산, 절반 이상 사회로 돌아와...상속세 규모만 12조 ‘사상 최대’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4-28 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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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유산, 의료공헌·미술품 기증·상속세 등으로 사회환원
유족들,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한 고인 유지 받들 것"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속세와 기부로 사회에 돌아온다. 유족들은 역대 최고 규모의 상속세 납부와 함께 의료 공헌, 예술품 기증 등 사회환원으로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이 회장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

삼성 등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 유산에 대해 삼성 일가가 부담해야 될 상속세 규모가 12조 원을 웃도는 금액으로 정해졌다. 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상 최고 상속세 규모다.
 

▲ 일러스트=연합뉴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면서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말해왔다.

유족인 삼성 일가는 의료 공헌으로 감염병 극복과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 등에 1조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감염병 극복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7000억 원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기부한다. 이 중 5000억 원은 한국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우는 데 들어간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설비를 갖춘 150병상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연합뉴스]


나머지 2000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 건축과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소아암·희귀질환 등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 지원에도 향후 10년간 3000억 원을 투입한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전국 어린이병원들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면서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1500억 원은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사용하고, 600억 원은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에게 지원해 소아암 환아 1만 2000여 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 명 등 총 1만 7000여 명에게 도움을 준다.

또한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는 수집작품 중 일부 [서울=연합뉴스]



‘이건희 컬렉션’으로 관심이 높았던 이 회장 개인 소장 미술작품 1만 1000여 건과 2만 3000여 점이 국민 품으로 돌아온다. 이 같이 지정문화재가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된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과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소장하던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국내 유일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고미술품 2만 1600여 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또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될 예정이다.

작품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을 비롯해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 서양 작가들의 대표작들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 삼성 일가 [서울=연합뉴스]


삼성 일가는 주식, 부동산 등 이 회장이 남긴 전체 유산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조 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 전체의 3~4배 수준이다.

특히, 이 회장이 가진 그룹 계열사 지분 가치는 상속개시일 기준 2개월 전후 기간 주식 종가 평균으로 산정해 총 19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에스디에스(삼성SDS) 0.01%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이달 말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 낼 계획이다.

삼성 측은 이번 상속세 납부와 유산 기부에 대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일군 데 이은 또 다른 '보국' 실천”이라고 말했다. 유족들도 이 회장이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강조했던 바에 따라 "고인 유지 받들어 지속적으로 사회적 책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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