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도 안 썼는데 일부터 하라고?”...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또다시 도마 위에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7-15 14:06:15
  • -
  • +
  • 인쇄
하도급업체에 계약서면 늑장 발급...서명·날인도 누락
2019년에도 207개 하도급업체 대상 4만 8529건 적발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 발생에 이어 노조 전면 파업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에 갑질을 저지른 사실까지 적발돼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에 일감을 맡기면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아 관련 규정을 위반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 2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선박 블록 도장업체에 총 83건의 작업을 맡기면서 사전에 계약서면을 주지 않았고, 작업 진행 도중이나 다 끝난 뒤 늑장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는 계약서면에 당사자 간 서명이나 날인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도급법 제3조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하도급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 계약서면을 반드시 발급해야 한다. 또 서면에는 작업 내용, 납품 시기와 장소, 하도급 대금 등 계약 조건을 적고, 당사자 간에 서명이나 날인이 돼야 한다.

이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에 계약 내용을 명백하게 적어 향후 분쟁 발생 시 사실 확인에 필요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계약서면 발급이 없거나 불분명하면 하도급업체에게 부당한 대금 결정, 위탁 취소, 감액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보호를 받기가 어렵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에 일을 맡길 때 사내 발주시스템(ERP)을 통해 이뤄지는데, 계약서면 관련 늑장 발급이나 서명·날인 누락 등이 발생하면서 규정을 어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계약 금액이 일정 규모이면서 계약 내용도 명백히 구분되는 거래를 발주시스템만으로 진행한 것은 적법한 서면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지난 13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도장 공장 지붕에서 작업하던 사외 단기 공사업체 소속 40대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숨진 사고 현장 모습 [울산=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은 과거에도 이 같은 불공정 하도급 관행으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적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9년 12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들에게 선박·해양 플랜트·엔진 등 제조를 맡기면서, 사전에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208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7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 4만 8529건의 작업을 맡기면서 계약서를 작업이 이미 시작된 뒤에야 발급한 사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계약서 발급 지연 기간은 짧게는 1일, 최대 416일이며, 평균지연일은 9.43일로 조사됐다.

게다가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회사 직원들이 조사 대상부서의 하드 273개와 PC 101대를 교체하고, 중요 자료를 사내망 공유 폴더와 외장 하드에 숨기는 등 방해를 저질러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당시 조치는 공정위가 직권으로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 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에 따라 다수 신고 내용을 포함한 3년간의 하도급 거래 내역을 조사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장기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조선업계 관행인 ‘선시공 후계약’의 불공정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석호
이석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한병도 의원, ‘약자와의 동행’없는 서울시 미래교통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자율주행 서비스 확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교통약자는 탑승조차 어려운 구조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시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서울시가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 17대 중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은 6대(35.3

2

현대로템, 美 쉴드AI와 기술개발 업무협약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현대로템이 방산 부문의 인공지능(AI) 기반 기술경쟁력을 강화한다. 현대로템은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25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미국의 AI 솔루션 업체인 ‘쉴드(Shield)AI’와 국방 AI 기반 다목적 드론 운용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3

현대해상, ‘아이마음 놀이터’ 건립·운영 MOU 체결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영등포구청,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와 ‘어울숲 문화쉼터×아이마음 놀이터’ 건립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아이마음 놀이터’는 현대해상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추진하는 대표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지자체와 협력해 아동과 양육자를 위한 열린 커뮤니티 공간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