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우리랑 혈맹 맺자”...‘이종 성장 동력’ 확보에 외부 투자 확대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9-05 17: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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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국내 대기업집단 기업결합 전년比 86.7%↑
비계열사간 결합 93.3%↑...이종 분야 결합 늘어

국내 대기업집단이 외부에서 이종 기업들과 지분 투자를 확대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대기업뿐 아니라 기존 보수적인 경영 틀을 유지해왔던 유수 그룹들도 이 같은 행보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등 국내 산업 생태계에서 혈맹 관계가 확장되고 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도 상반기 기업결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은 자산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뜻한다. 대기업집단의 올 상반기 국내 기업결합 규모는 23조 2000억 원으로 전체 국내기업에 의한 결합 금액 총 30조 2000억 원의 76.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보다 160.7% 늘어난 금액이다.

이 중 외부 투자 형태인 비계열사간 결합이 93.3%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지난해에 이어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액 규모는 18조 5000억 원으로 전년도 8조 4000억 원보다 120.2% 증가했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비계열사간 결합은 145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전체건수 142건을 웃돌며 최근 5년 이내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8년과 2019년만 해도 97건에 머물다가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

결합 수단은 임원겸임, 주식취득 등 불완전결합 방식이 대부분이며 합병은 없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이 사모펀드(PEF) 참여 등 재무적 투자나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기업결합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편, 국내 대기업집단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내부 역량을 활용해 신성장 산업 영역을 개척하는 방식을 선호해왔지만,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외부 투자를 늘리는 모양새다.

지금까지는 미래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 부문에 경쟁사보다 일찌감치 진출해 인력, 자본, 기술 등을 축적하거나, 선발 주자들의 규모가 작을 때 통째로 인수해버리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장기간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IT, 바이오 등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속한 벤처기업들에 자금과 인력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대기업들의 기존 경영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중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자본시장에 돈이 넘치게 되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초호황을 맞이하면서 전통적인 대기업 위주의 시장질서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반면에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대기업에서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또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신사업 확장을 위해 공동 출자를 통한 합작회사 설립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국내기업에 의한 결합 수단으로 합작회사 설립이 27.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주식취득(23.9%), 합병(19.4%), 임원겸임(19%), 영업양수(10%) 순이다.

합작회사 설립 방식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가장 비중이 높았던 주식취득 유형을 제쳤다.

공정위는 이를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사모투자 합자회사 설립이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또한 유사·인접 분야의 결합인 수평결합·수직결합보다 사업 관련성이 없는 업종과 결합하는 ‘혼합결합’의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기존에 영위하는 사업 분야와 다른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거나 투자하는 수단으로 기업결합을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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