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칼 빼든 금감원...경영권 분쟁 중요 변수 촉각

윤중현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1 16: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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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매수 마감 전 유상증자 계획..."부정거래 소지 다분"
일각서 영풍·MBK 측에 국민연금이 기울었다는 목소리도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기습적인 유상증자 계획에 불법 소지가 있다고 조사에 착수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려아연 측이 내부적으로 유상증자 계획을 세워두고 이를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 매수를 진행했다면 부정거래로 볼 여지가 있다고 금감원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당초 유증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당국의 조치가 있을 경우 향후 경영권 분쟁의 추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사진=연합뉴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라며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주당 67만원에 약 373만 주(총 2조5000억원)를 유상증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조달 금액(2조5000억원) 중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상환 목적에 쓴다. 문제는 고려아연 측이 유상증자 전 차입금으로 자사주 공개 매수를 먼저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 빚은 주주가 갚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측이 유상증자 계획을 미리 알고도 공개 매수 때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공개 매수신고서 허위 기재, 부정거래로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앞서 지난 11일 정정 공개 매수 신고서에서 “공개 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30일 공시한 증권신고서에는 미래에셋증권이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기재돼 있다. 금감원은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모집인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도 착수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금감원 방침 발표 후 이번 유상증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정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더해지면서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까지 전망된다. 

 

앞서 고려아연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지난달 23일, 14일까지 각각 진행했다. 하지만 과반의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7.48%의 지분(9월 말 기준)을 쥔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호지분을 포함해 최윤범 회장 측은 35.40%, 영풍·MBK 연합은 38.47%의 지분율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돼 둘 차이가 3.07%포인트에 불과한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이번 유상증자로 영풍·MBK 측과의 지분 차이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었다. 고려아연은 신주의 20%(74만6530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했다.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가 각각 3%씩 청약한다고 가정하면 신주 발행주식의 74%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달라지게 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는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에 관해 판단을 보류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주주가치를 훼손한 결정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로 알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토대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 지지로 기우는 듯한 내부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조사결과와 조치에 따라 고려아연과 MBK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키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어 고려아연 측에 어떠한 유불리가 적용될지 관심을 모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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