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무 측, 향후 지분율 경쟁으로 싸움판 옮길 듯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조카의 난’으로 이목을 끌었던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 간 대결에서 박 회장이 승리를 거두며 첫 번째 승부가 가려졌다.
현 경영진과 노조 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삼촌과 개인 최대주주이자 소액주주들의 지원을 등에 업은 조카 사이에 벌어진 경영권 다툼이 주주총회장에서 표 대결로 이어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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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대표 |
금호석유화학은 26일 오전 서울시 중구 시그니쳐타워 동관 4층 대강당에서 제4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위임장 심사 과정이 길어지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반을 넘겨 문동준 대표의 개회사와 함께 시작됐다.
주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양측 간 의결권 정족수 확인에 착오가 있어 30분 넘게 정회가 선언됐다. 주총이 속개되자 한 주주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자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행사 대리인인 법무법인 KL파트너스 변호사들과 함께 박철완 상무도 직접 주총장에 참석했다. 박 상무는 안건이 부의될 때마다 발언권을 얻어 주주제안을 직접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금호석화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및 배당 ▲정관 일부 변경 ▲감사위원 선임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이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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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서울=연합뉴스] |
특히, 이번 주총에서 핵심 쟁점은 배당안, 사내이사 선임안,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 등으로 박 회장 측과 박 상무 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이었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주당 보통주 1만 1000원, 우선주 1만 1050원 배당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선임 ▲박철완 상무 사내이사 선임 ▲민준기(Min John K) 후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 안건을 내세워 박 회장 측에 대립각을 세웠지만 모두 부결됐다.
우선 배당안은 회사 측 안건인 보통주 4200원(대주주 4000원), 우선주 4250원이 의결됐다. 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안건은 양측 모두 부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는 회사 측 안건인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 선임안이 통과됐으며, 박 상무 측 안건인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 오피스 대표의 선임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사내이사 선임안은 양측 모두 통과됐으나 다득표자 1인만 선임되는 것으로 결정한 바에 따라 회사 측 안건이 가결돼 백종훈 금호석화 영업본부장(전무)이 신규 선임됐고, 박철완 상무 사내이사 선임안은 부결돼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사외이사 선임안도 회사 측 안건인 최도성 가천대 교수,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고문변호사,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3명의 선임안이 모두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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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
이로써 주총 전부터 주총장 안에서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던 숙질의 난은 삼촌 측 완벽한 승리로 일단락됐다.
한편, 양측의 주총장 밖 대결도 뜨거웠다. 주총을 앞두고 양측이 상대와 열띤 공방을 펼치며 서로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해 기 싸움을 팽팽하게 벌였다.
박 상무는 거버넌스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박 회장을 공격했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경영 성과를 거두는 등 현 경영진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방어에 나섰다.
먼저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손을 들어준 박 회장이 기선을 잡았다.
이어서 금호석화 노조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 노조들까지 일제히 박 회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며, 박 상무가 사욕을 채우기 위해 포퓰리즘에 기대어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박 상무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주주가치 회복 명분을 앞세워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을 위해 홈페이지 개설,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며 직접 적극적으로 나섰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세계적인 대형 연기금과 국부펀드, 국내외 전문기관 등 지지와 긍정적 평가를 얻어내며 박 회장 측 공세에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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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
양측의 날카로운 신경전도 이어졌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면서 찬반표기가 된 위임장 용지를 나눠줬다거나 홍삼세트를 대가로 제공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회사 측이 주총 소집공고에 사내이사 선임 관련 의결권 행사 절차를 모호하게 해놔 표결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 상무 측이 집중 공세를 펼쳤던 쟁점은 박 회장 측의 금호리조트 인수 추진 건이었다.
박 상무는 본업과 무관한 사업인 데다 부채비율이 400%에 달하는 부실기업인 금호리조트에 막대한 자금을 쏟으려 한다며 주주가치 훼손을 일으키는 경영진의 무리수라는 비난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이에 반해 박 회장 측은 금호리조트가 부동산 자산가치로 접근하면 저가 매수에 해당된다며, 코로나19 탓에 오히려 극심하게 저평가된 상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라는 견해도 있다. 이번 주총이 박 회장의 승리로 첫 막을 내린 상황에서 향후 지분율 경쟁으로 싸움판이 옮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상무의 모친 김형일 씨에 이어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도 지분을 사들여 박 상무 측 지분율이 10.16%로 높아졌다.
박 회장 측은 본인을 포함해, 아들인 박준경 전무와 딸 박주형 상무 등 지분을 합쳐 14.84%를 보유하고 있어 박 상무 측과 격차가 크지 않다.
박 상무가 화려한 인맥을 동원해 우군을 끌어들인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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