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선 금지된 향료 성분, 국내선 여전히 판매"…화장품 업계 논란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9 11: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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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함유 제품 5개 브랜드서 확인
식약처, 사용 한도 0.14%로 제한…전면 금지는 안 해
소비자단체 "해외는 전량 폐기, 국내는 규제 공백" 비판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유럽연합(EU)에서 생식독성 우려로 사용이 금지된 향료 성분을 여전히 제품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주요국이 해당 성분의 판매를 전면 금지한 것과 달리 국내는 사용량 표기조차 생략 가능해 소비자 안전 보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제이숲, 오센트, 라피네르, 라운드어라운드, 쿤달 등 5개 브랜드 제품에서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Butylphenyl Methylpropional)' 성분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23년부터 해당 성분이 포함된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왔으며, 최근 국내 주요 브랜드에서 문제 성분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 화장품 안전성 모니터링.


EU·영국은 전량 폐기, 한국은 '표기만'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은 알레르기 및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는 향료 성분으로, 내분비 교란을 통해 태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생식독성 물질로 분류된다.


EU는 이 성분을 발암성·변이원성·생식독성(CMR) 물질로 규정하고 2022년 3월부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영국도 2022년 12월부터 판매를 금지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제품안전표준사무국(OPSS)이 관련 화장품의 전면 폐기를 발표하며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은 현재 알레르기 유발 성분으로만 분류돼 있을 뿐 사용 금지 성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8월 발표한 '화장품 안전기준 규정' 개정안에서 사용 한도를 0.14%로 설정하는 데 그쳤다. 특히 샴푸나 바디워시 같은 씻어내는 제품은 함량이 0.07%를 초과할 때만 표기 의무가 적용돼, 소량 포함 시 소비자가 성분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쿤달, 2023년 시정 요구에도 판매 계속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모니터링에 따르면 쿤달의 경우 2023년부터 시정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성분이 함유된 제품의 판매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규제가 사용 금지가 아닌 함량 제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브랜드들이 계속 사용하고 있다"며 "다만 해외 수출 제품의 경우 해당 성분을 빼고 생산하는 이중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 시급" vs "과학적 근거 부족"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브랜드 및 정부 규제기관을 대상으로 ▲해당 제품의 전량 리콜 및 판매 중단 ▲사용 금지 성분 지정 ▲용기·포장 내 함량 표기 의무화 등 조치를 촉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이미 위험성이 확인돼 금지 조치가 이뤄진 성분이 국내에서는 규제 공백 속에 판매되고 있다"며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EU의 규제 기준이 예방 원칙에 따른 것으로 명확한 인체 유해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며 "국내 기준에 맞춰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 규제 동향과 과학적 근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안전기준을 마련했다"며 "향후 추가 연구 결과에 따라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보호 전문가는 "예방 원칙 차원에서 생식독성 우려가 있는 성분은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특히 임산부나 가임기 여성이 많이 사용하는 화장품인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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