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사, ‘강대강’ 대치 국면 장기화 조짐에도...팔짱 낀 정부 “중재 안 보인다”

김형규 / 기사승인 : 2022-02-18 18: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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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파업 50일 넘어...CJ대한통운 본사 기습 점거도 열하루째
노조 “대화하자” vs 사측 “교섭대상 아니다” 극한 상황에 중재자 없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50일 넘게 파업을 이어오면서 노사 간 ‘강대강’ 대치 국면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도 열흘을 넘기면서 노사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중재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각계각층에서 제기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본사 점거 집단 농성으로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보건당국의 개입을 20일 요청했다.

CJ대한통운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로 매일 1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방역 체계를 붕괴시키는 택배노조의 불법 점거와 집단생활 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택배노조는 불법점거 노조원에 대해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집단생활 양상을 보면 보건당국의 강력한 지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점거 노조원들은 노마스크 상태에서 집단생활과 음주, 흡연, 윷놀이 등 여가활동까지 함께 하고 있다”며 “1층 점거장의 경우 외부 인원이 방역절차 없이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어 무증상 확진자가 드나드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파업을 이어온 택배노조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사옥을 기습 점거하고, 사측에 대화 개시를 요청하며 열하루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택배노조는 택배 요금 인상분의 대부분을 CJ대한통운이 챙겨가면서 이득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노조가 교섭대상자가 아니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 의지를 밝히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택배노조의 본사 점거 과정에서 집단 폭력 사태가 벌어져 CJ대한통운 임직원 30여 명이 큰 상해를 입어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를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 조처를 진행 중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오는 21일까지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파업을 전 택배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를 이어가며 정치권을 상대로 압박을 이어갈 전망이다.
 

▲ 지난 10일 CJ대한통운 본사에 진입하는 택배노조 조합원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노사 대치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자 종교·시민단체와 CJ대한통운 노조·퇴직자 단체 등 각계에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택배노조는 지난 2020년 정한 사회적 합의에 따른 택배비 인상분의 공정 분배와 과로사 방지 이행을 요구했다. 이 사회적 합의는 ▲2021년 내 택배기사 분류작업 제외 ▲택배 원가 상승요인이 170원임을 확인 ▲택배기사 작업시간 주 60시간으로 제한 등이다.

CJ대한통운이 택배 요금 상승요인 170원 가운데 51.6원만 사회적 합의에 쓰고 나머지를 모두 회사가 가져갔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비 상승요인 평균치는 140원이며, 그 중 절반 정도를 기사 수수료로 배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CJ대한통운을 택배노조 사용자로 인정해 사측이 택배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 측 판단에 따르면 사측과 택배노조 사이에 위치하는 대리점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CJ대한통운은 이 같은 판단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을 진행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하도급법에 따라 직접 교섭해야 할 대상은 각 대리점이기 때문에 사측이 대화에 나설 수 없다”며 “택배노조가 1층 로비와 3층을 점거 중인데 특히 3층은 택배와는 무관한 부서로 애꿎은 인원들이 피해를 입었다, 법적 대응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동우회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택배노조가 본사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후배들 수십여 명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소식에 분노한다”며 택배노조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지난 18일에는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총 88개 종교 시민단체로 구성된 CJ택배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요구했다. 공대위는 “이번 사회적 합의가 무력화되면 업계 전체에 영향이 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노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CJ대한통운 노동조합은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노조 조합원에 대한 집단 폭행과 본사 불법점거를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경사노위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메이데이의 유재원 대표 변호사는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차치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라는 거시적 명분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며 “정치·경제·사회를 배제하고 순수한 노사간의 갈등으로 접근하고 대화하는 방향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CJ대한통운과 중노위에 대한 법원 판결이 시급하며 경사노위의 조정이나 노동위원회 중재 또는 조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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