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철강업계 탄소감축 성적표, 배출 총량보다 톤당 배출량에 '주목'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9-11 12:28:04
포스코·현대제철, 조강 줄며 배출량도 감소…감산 효과 분리 필요
세아베스틸 생산 늘고 배출 감소…동국제강 집약도 2.5% 개선
HyREX·Hy-Arc·하이퍼 전기로…공정 전환이 '진짜 감축' 가른다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최근 네팔 지역에서 빙하 붕괴에 따른 재앙이 발생하면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재난 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챗GPT4]

 

특히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탄소 감축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 생산이 줄면 배출량도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량과 함께 제품 1톤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얼마나 줄었는지, 고로와 전기로 등 생산방식이 실제로 바뀌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사의 2025년 탄소 감축 성적표는 배출 총량보다 생산량을 감안한 ‘배출 효율’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감산과 함께 배출량이 줄어든 기업이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조강 1톤당 배출량을 얼마나 낮추고 고로 중심 공정을 전기로·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느냐가 실질적인 탈탄소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 포스코·현대제철, 생산 감소폭만큼 배출도 줄어…톤당 탄소 개선은 제한적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포스코 국내 사업장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3453만7000톤으로 전년 3504만8000톤보다 1.5% 줄었다. 같은 기간 Scope(스코프) 1·2 온실가스 배출량은 7106만5170tCO₂e에서 6984만6050tCO₂e로 1.7% 감소했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소유한 시설에서 직접 배출한 온실가스양을 의미하며, 스코프 2는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하는 가스, 전기 등을 활용해 간접 배출한 온실가스양이 해당된다.

 

조강 1톤당 배출집약도 역시 2.03tCO₂e에서 2.02tCO₂e로 낮아졌지만 개선 폭은 크지 않았다. 

 

배출집약도란 제품을 톤당 생산할 때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를 의미한다.

 

포스코그룹 전체 배출량은 2025년 대비 3.0% 줄었다고 밝혔지만 철강 사업계열사인 포스코의 국내 사업장만 놓고 보면 생산 감소폭과 배출 감소폭이 비슷한 흐름을 보인 셈이다.

 

현대제철도 비슷하다.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1768만2000톤으로 전년(1809만4000톤)보다 2.3% 감소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802만 톤으로 2.8% 줄었다. 배출량 감소폭이 생산 감소폭을 약 0.5%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같은기간 고로와 전기로 생산 비중도 약 69 대 31로 큰 변화가 없어 배출 총량 감소만으로 공정의 탄소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로는 전기로 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배출해 철강회사들이 전기로 생산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 세아베스틸, 생산 1.2% 늘고 배출 2.7%↓동국제강, 톤당 배출 2.5% 개선

 

반면 전기로 중심 업체에서는 다른 흐름도 나타났다. 

 

세아베스틸의 스코프 1·2 배출량은 2024년 115만5808tCO₂e에서 지난해 112만5099tCO₂e로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업보고서상 특수강 봉강 등 생산실적은 174만2989톤에서 176만4429톤으로 1.2% 늘었다. 생산이 증가했는데도 배출량이 줄었다는 점에서 생산 감소에 의존하지 않은 효율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세아베스틸은 포스코·현대제철과 달리 해당 공시를 ‘조강량’이 아닌 특수강 제품 생산실적으로 제시해 단순한 톤당 수치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119만tCO₂e로 전년 130만tCO₂e보다 8% 감소했다. 

 

제품 생산량도 354만5000톤에서 334만7000톤으로 5.6% 줄었지만 제품 1톤당 온실가스 배출집약도는 0.366tCO₂e에서 0.357tCO₂e로 2.5% 개선됐다. 

 

지난해 제강량 255만5000톤은 전량 전기로에서 생산됐다. 총배출량 감소에는 감산 효과가 일부 포함됐지만 톤당 배출량도 함께 낮아졌다는 점은 현대제철·포스코와 차이가 있다.


◆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베스틸…저탄소 제철 설비 전환 본격화

 

결국 다음 성적표는 설비와 공정의 전환에서 갈릴 전망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연산 30만 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HyREX 실증플랜트를 짓고 있으며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올해 6월에는 연산 250만 톤 규모 대형 전기로도 준공했다. 현대제철은 올해부터 철스크랩과 HBI를 전기로에서 먼저 녹여 고로 쇳물과 혼합하는 ‘Pre-melting(프리-멜팅)’ 공정을 도입해 기존 고로재보다 탄소배출을 약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대형 고속 용융 전기로인 ‘Hy-Arc’를 통해 감축폭을 약 40%까지 높이고 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넘어간다는 구상이다.

 

동국제강은 이미 전기로 100% 체제인 만큼 기존 전기로의 전력 사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28년까지 통전 시간을 단축하는 ‘하이퍼 전기로’를 개발하고 폐열을 활용한 철스크랩 예열 등 효율 개선을 추진중이다. 

 

세아베스틸 역시 철스크랩 기반 전기로 체제를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저탄소 제품 개발을 추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12% 줄인다는 목표다.

 

철강업계에서는 결국 생산량 감소에 따라 배출량이 줄어드는 ‘불황형 감축’과 설비·공정 개선으로 제품 한 톤당 탄소가 줄어드는 ‘효율형 감축’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이 회복돼도 배출량 증가를 억제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탈탄소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이 줄어 배출량이 함께 감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량이 유지되거나 늘어도 제품 한 톤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배출 총량보다 배출집약도와 실제 저탄소 설비 전환 속도가 철강사의 탄소 경쟁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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