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고객 뺏길라" 은행권, 퇴직연금 마케팅 경쟁 치열

문혜원 / 기사승인 : 2024-10-04 14: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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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현물이전' 시행…증권사 고객 이탈 조짐
운용상품에 ETF추가모색…'락인효과'화상강의
TV˙유투브 통해 광고 선보여…이벤트 불사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은행권이 '400조'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오는 15일 시행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머니 무브' 전망이 나오면서 고객을 뺏길까 우려한 주요 은행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이 15일 현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퇴직연금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ETF추가 도입이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사진= 각 사 제공, 메가경제 편집]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퇴직연금 영업에 고삐를 죄고 주도권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오는 10월 15일부터 시행된다. 이전까지는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운용 중인 상품을 모두 현금화해야 이동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이 번거로워 한번 사업자를 선택하면 사실상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옮겨갈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국내 45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의 '머니 무브'를 점치고 있다.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나 확정기여(DC)형으로 퇴직연금을 통해 수익을 굴리는 은행 주거래 고객들이 증권사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초창기 상품이란 퇴직연금의 특성상 한번 유치에 성공하면 해당 소비자와의 관계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락인 효과' 면에서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394조2832억원이다. DC형 적립금은 103조7184억원, IRP는 88조176억원이다. 둘을 합친 총 191조7360억원 시장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48%를 차지한다. 이 중 은행 적립금은 207조원(52.5%)으로 절반을 넘는다. 증권사(94조원)와 생명보험사(78조원)를 합친 것보다 많다. 

 

반면 2분기 적립금 증가율에서는 증권사가 전 분기 대비 3.7%로 은행(2.4%)보다 높다. 연간 수익률도 작년 기준으로 증권사가 7.11%를 기록해 은행(4.87%)을 압도했다.

 

현재 은행들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새로운 마케팅 플랜을 짜내며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신한·하나은행 등은 TV나 유투브를 통해 퇴직연금 신규 마케팅 광고를 펼치며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직원들 대상 영상을 통해 고객 유치 활용 관련 강의도 벌이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신규 및 기존 보유고객을 대상으로 한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로보락 로봇청소기, 몽블랑 사토리얼 8cc 지갑, 갤럭시 버즈3 블루투스 이어폰, 타이틀리스트 프로V1, BBQ 황금올리브치킨&콜라1.25L 등이다.

 

국민은행은 상담서비스도 강화했다. ‘KB퇴직연금 1대 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전면 시행한다. 퇴직연금 전용 고객센터에서 자산관리 전문가와의 1대 1 전화 상담을 제공한다. 퇴직연금 가입 고객은 누구나 전용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의 전문가와 바로 상담 받을 수 있다.

 

전문가와 대면으로 진행하는 추가 상담도 진행 중이다.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는 지난 2020년 설립한 연금·은퇴 자산관리 전문 종합상담센터로, 전국 1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IRP 신한으로 갈아타기'이벤트를 시행했다. 이번 이벤트는 신한은행 개인형 IRP 계좌를 신규하고 타 금융회사 IRP 계좌 보유자산의 실물이전을 사전예약 신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실물이전 사전예약을 신청하는 고객 선착순 1만명에게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제공하며, IRP 실물이전을 완료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는 신세계 1만원 상품권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전문 상담 채널인 ‘연금 라운지’를 지난달에만 3곳을 추가 설치했다.

 

우리은행은 타 금융기관의 개인형 IRP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10월 14일까지는 ‘사전예약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1만5000명에게 선착순으로 커피쿠폰을 증정한다. 이후 15일부터 올해 말까지 1만5000명에게는 커피와 케이크 쿠폰을 제공한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전국 7곳에서 운영 중인 우리은행(투체어스W)도 현재 운영 중인 연금 및 자산관리 특화 영업점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은행들은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ETF는 판매보수와 수수료가 없어 일반 펀드와 비교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주식과 같이 장중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어 환금성도 높고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연금 수익률이 높으면 수수료를 더 많이 취하고 반대로 부진하면 수수료를 덜 받는 식이다.

 

현행 퇴직연금 감독규정에 따르면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도 포함된다. 펀드 자산의 70% 이상을 위험자산으로 채우지만 않으면 된다. 위험자산에는 주식 개별종목과 주식혼합형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이 모두 포함된다. 모든 금융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은행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일부 은행들은 TF를 구성해 상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내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 수를 기존 대비 2배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1억원 이상 연금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위한 전문 상담 서비스를 경기도권으로 확대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퇴직연금 스마트 안내장'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에 대비해 전행 차원에서 TF를 구성해 가동 중이다. 시스템, 제도, 상품, 마케팅 등 부문별로 나눠 준비를 하고 있고, 상품 라인업 역시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확대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명동에 별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TF 소속 인력을 50여 명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퇴직연금 관련 앱 개편도 추진한다. 

 

우리은행도 금리 경쟁력을 갖춘 상품 수를 늘릴 방침이다. 은행권 기준으로 펀드와 ETF 50개 이상을 추가할 예정이다. 여기에 기존에 하던 활동에 더해 연금다이렉트마케팅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맞춤형 상담 수요를 잡겠다는 것이 목표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될 시 은행 퇴직연금 계좌를 가진 고객이 ETF를 운용상품으로 지정하려면 증권사 계좌를 트고 자금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에게 고객을 뺏길 확률이 높아졌다"면서 "이 때문에 그동안 퇴직연금 운용상품군에 ETF를 지정할 수 없던 것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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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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