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에 집안싸움 끝낸 ‘K-배터리’, 독한 설전 끝내고 글로벌 시장 질주만 남았다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4-11 16: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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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2조 원’에 집안싸움 끝낸 ‘K-배터리’
LG-SK, 2년 만에 합의...글로벌 시장 질주만 남아

글로벌 톱 수준 배터리 제조업체이자 국내 최고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K-배터리’ 위상을 뒤흔들 정도로 거칠게 맞붙으며 2년간 끌어왔던 집안싸움이 전격 합의로 마무리됐다.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LG 측 손을 들어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남기고 이뤄진 극적 타결이다. 

 

▲ 그래픽=연합뉴스

 


11일 양사는 지난 2019년 4월부터 미국 ITC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분쟁 관련 모든 소송절차에 대해 공식적으로 종식을 선언했다.

양사 입장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 원과 로열티 1조 원 등 기준 총액 2조 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는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법적 다툼을 중단하고, 향후 10년간 서로 법적 분쟁을 벌이지 않기로 합의했다.

특히,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합의금은 역대 영업비밀 침해 분쟁 건 가운데 최고액을 기록했다. 

 

▲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년간 두 회사가 미국에서 벌인 소송전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고속 질주 중이던 K-배터리의 위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우려와 비난을 국내외에서 불러왔다.

ITC가 지난 2월 최종 심결에서 LG 측에게 사실상 승리를 안겨주면서 집안싸움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지만 SK 측이 강하게 불복하는 태도를 보이자 갈등의 골이 더욱 심해지는 양상을 나타냈다.

LG 측이 “피해 수준에 상응하는 합의안을 적극 제시하라”고 압박에 나서자, SK 측은 무리한 합의금을 요구한다며 “끝까지 엄정 대응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양사는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면서 세계적인 대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악감정을 섞어가며 거친 설전을 이어갔다.

SK 측은 외교 협상 전문가인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을 앞세워 각계각층에 로비전을 펼치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자국 내 일자리 확보와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국익에 따른 결정을 전방위적인 수단을 동원해 촉구했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ITC의 결정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2600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적인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 중인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에 맞서 LG 측은 미국 배터리 산업에 5조 원 이상 투자 계획을 밝히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줬다.

다시 SK 측이 미국 사업 중단 카드까지 꺼내 드는 초강수를 들고나오자 LG 측에서는 SK가 철수할 경우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의사까지 내비치는 등 공방이 격화됐다.

그 사이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이 LG와 SK 대신 중국기업 노스볼트, CATL 등과 장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K-배터리 위기설이 증폭되기도 했다.

양사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자 정부에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중재 노력을 계속해 왔다. 지난 1월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공식 행사에서 이 같은 집안싸움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중재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해결이 시급하다면서 “낯 부끄럽다”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로 합의를 촉구했다. 미국 정부 역시 국내 정부에 적극적인 조율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폭스바겐그룹 홈페이지


이처럼 난항을 겪으며 장기간에 걸쳐 표류하던 K-배터리 분쟁 이슈는 이번 합의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에 따른 수입금지 조처가 무효화돼 미국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금으로 공장 증설 투자나 배터리 화재 보상에 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됐으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폭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고,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장기간 지속된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준 한미 행정부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분쟁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그간의 이차전지 관련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차전지 산업계 전반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어 “이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여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할 시점”이라며 “정부도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분쟁은 양사가 펼쳐온 독한 설전과 함께 마무리됐지만,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맞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K-배터리가 최고의 위상을 지키고, 나아가 독보적인 행보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온전히 질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번 분쟁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공급사 다변화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돼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적극 나서면서 경쟁업체에게는 수혜가 돌아갔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법적 다툼에 투입한 수천억 원의 국부도 상흔으로 남게 됐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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