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4대 그룹 대표 오찬서 경청..."공감하는 국민도 많아"
이재용 사면에 미묘한 변화 감지...'광복절 특사' 전망 키워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들로부터 이재용 사면과 관련한 의견을 경청한 뒤 “고충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2일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4대 그룹 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 간담회 자리에 총수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참석했고, 삼성에서는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이 동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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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그룹 회장(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총수들의 사면 건의에 문 대통령이 이같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부회장이 광복절 특사 등의 형식으로 풀려나는 게 아니냐는 해석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질의응답 때만 하더라도 "결코 대통령이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문대통령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돼 특별사면에 대한 여지를 넓히는 모양새다.
다만 이 부회장을 사면하는 데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어 가석방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서 4대 그룹 대표들은 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에둘러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맏형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운을 뗐고, 이에 문 대통령은 경제 5단체장 건의 내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최 회장은 이 부회장 사면 건의를 뜻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5단체는 지난 4월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김기남 부회장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했고, 다른 참석자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4대 그룹 대표들로부터 이같은 의견을 들은 뒤 기업·경제계의 고충을 짚었다. 이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사면에 공감한다'는 것이 아니라, 두루두루 의견을 듣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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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 등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날 청와대 오찬간담회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 기업인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 있어 4대 그룹의 역할이 컸다”며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이제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4대 그룹의 기여가 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목표 역시 4대 그룹과 함께 가야 하고, 특히 RE100(재생에너지 10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앞장서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4대 그룹 대표들은 정부와 기업이 소통하는 격의 없는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를 표했다고 박경미 대변인은 전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면서 “삼성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파운드리 공장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번 방미로 인해 삼성의 대미 협력에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한 “미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제2의 평택공장 부지는 국내에서 찾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은 “정부의 회복, 포용,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함께하겠다”면서, “탄소중립은 후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워싱턴에 남아서 현지의 반응을 더 들었는데,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미국 상황에 한국의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져서 바이든 정부가 고마워했다”는 말을 전했다.
구광모 회장은 “LG 대표를 맡은 지 3년째,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다가왔는데, 정부가 기업의 의견을 듣고 대처해 줘서 감사하다”면서 “이번 방미로 미국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대학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빠르게 인력 양성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미 투자를 하게 되면 우리의 중소·중견기업과 협력업체가 동반 진출을 하거나 수출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와서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수소차와 전기차의 연구와 생산을 주도해 왔으며, 배터리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며 “해운과 조선에 투자한 것도 이제 빛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며 “정부도 역할을 했지만 기업도 큰 역할을 했다”고 기업의 노고를 치하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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