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박항서 감독에 태국 코치 인종차별 논란의 전말과 전망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2 0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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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가슴 높이서 손 뒤집어 작은 키 비하"...AFC에 제소
태국 코치 "차별행위 없었다" 해명에 베트남 팬들 분노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 4조는 ‘비차별(Non-discrimination)·평등(equality)·중립성(neutrality)’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와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인종, 피부색, 민족, 국적이나 사회적 기원, 성별, 장애,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재산, 출생이나 기타 지위, 성적 지향성 등에 대한 차별을 행할 경우, 출전정지나 제명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FIFA는 정치와 종교 문제에 있어서의 중립도 견지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의 규정이 아니더라도 인종차별은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행위다. 특히 필드에서 오직 정당한 승부로만 겨뤄야 하는 축구 경기에 인종차별이 개입한다면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거듭난 박항서 감독의 심기를 건드린 인종차별 의혹 사건이 벌어져 베트남이 떠들썩하다. 베트남 축구협회가 인종차별 규정 위반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태국 코치를 제소한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온라인매체 '징' 웹사이트는 19일 태국-베트남 전 직후의 상황을 전하는 사진과 함께, 박항서 감독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태국 코치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해야한다며, 베트남 팬들의 분노를 전했다. [사진= 온라인매체 '징' 웹사이트 캡처]
온라인매체 '징' 웹사이트는 19일 태국-베트남 전 직후의 상황을 전하는 사진과 함께, 박항서 감독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태국 코치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해야한다며, 베트남 팬들의 분노를 전했다. [사진= 온라인매체 '징' 웹사이트 캡처]


21일 베트남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9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서 무승부로 끝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베트남-태국 전 직후에 일어났다.


세르비아 출신의 태국 골키퍼 코치인 '사사 베스나 토딕'이 박 감독에게 도발적인(provoking)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만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분 직후, 박 감독이 니시노 아키라 태국 감독에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이때 토딕은 박 감독을 향해 뭔가 말하면서 자신의 가슴 높이에서 손바닥을 뒤집은 뒤 손을 까딱거렸다.


이에 발끈한 박 감독은 토딕에게 다가가 항의했다. 그러나 다른 코치진이 만류해 물리적인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영상을 지켜본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이같은 토딕의 행위를 키가 작은 편인 박 감독을 업신여긴 인종차별 행동으로 해석하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베트남 축구협회(VFF)는 21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토딕의 행위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인종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판단해 달라며 제소했다.


'베트남의 소리' 방송 VOV5 웹사이트는 이와 관련해 ‘태국 코치, 박 감독에 대한 차별행위로 출전정지 직면’이라는 제목 아래 상세히 보도했다.


VOV5는 FIFA 규정에 따라 토딕이 10게임 출전정지에다 최소한 2만 달러의 벌금을 맞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싱가포르의 라이브스포츠아시아도 “AFC, 박항서에 대한 태국 코치 도발에 대한 제소 접수. 무거운 처벌 고려될 것”이라는 제목과 함께, 당시 사사 코딕 코치가 박 감독을 향해 비웃으면서 손을 아래로 향하는 사진을 크게 실었다.


이 매체는 “AFC가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사사 토딕 코치는 엄격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태국 축구협회도 이 골키퍼 코치에게 무례한 행동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한 "경기가 끝난 뒤 그(박 감독)와 악수하며 사과했다. 나는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며, 우리가 어떤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라는 니시노 아키라 태국 감독의 말도 전했다.


사사 토딕 코치는 이 경기 직후만이 아니라 경기 도중에도 박 감독을 향해 무례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태국 코치가 경기 도중 가끔 나를 보고 실실 비웃는 듯했다(smirked at me)"며 “만약 그가 정말로 나를 화나게 하고 싶다면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VOV5가 전했다.


이 뿐만 아니었다. 토딕은 베트남과의 지난 9월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G조 1차전 당시에도 박 감독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


VOV5는 21일 박 감독의 레 후이 코아 통역담당의 코멘트를 통해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전했다.


이 통역담당은 “태국 코칭스태프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차전에서 두 명의 코치들이 베트남 선수들과 박 감독에게 여러 번 압박을 가했다(pressurized), 박 감독이 거부하자 그들은 계속 놀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논쟁(argument)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메라가 상황을 녹화하지 않아서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그 경기에서 박 감독은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가 한 개만 더 받으면 다음 경기에 출전정지를 당하게 된다. 박 감독을 고의적으로 발끈하게 한 건 아마도 태국 코치들의 꼼수(trick)일 것이다. 태국 코치들은 그런 행동을 되풀이했고, 경기 막판에 박 감독을 화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토딕은 팬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베트남이 현재는 정상에 있지만 미끄러져 내려와 태국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차별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VN 익스레스 등 베트남 현지 언론들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전했다.


FIFA와 마찬가지로 AFC 정관 3조 ‘인권, 중립성 및 비차별’에서도 인종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과연 AFC가 박항서 감독에 대한 토딕 코치의 행위를 인종차별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토딕 코치의 주장을 받아들일지, 만약 받아들인다면 토딕 코치에 대한 처벌은 어떤 식으로 내려질지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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