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새만금 프로젝트부터 피츠버그·오스틴 사례까지…"일자리만으론 부족, 정주여건까지"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AI를 지역 균형발전의 성장 엔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업 이전만이 아니라 규제 완화와 공공수요, 데이터, 인재, 정주여건을 한데 묶은 ‘메가특구’ 조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인재가 모이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지역에서도 AI 기반 산업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국무조정실, 포항공과대와 함께 ‘지역 균형발전 × AI 성장을 위한 해법’ 토론회를 열고 AI 시대 지역산업 육성 전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 ▲ '지역 균형발전 × AI 성장을 위한 해법 토론회'에서 이형희 서울상의 부회장(왼쪽 다섯번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
이날 발제에 나선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안착하려면 규제특례와 공공수요, 컴퓨팅, 데이터, 인재, 정주여건을 결합한 실증 특구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AI 실험이 일어나는 기업환경을 만드는 핵심은 규제 합리화”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사례를 언급해 지역 혁신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스틴은 1980년대 첨단기술 연구 컨소시엄 유치를 계기로 성장했고, 2002년 이후 약 20년간 실질 GDP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세제 부담이 낮은 기업환경과 텍사스대 오스틴을 중심으로 한 연구·교육 투자가 기업과 스타트업, 인재를 끌어모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오스틴은 현재 실리콘밸리에 이은 ‘실리콘힐스’로 불릴 만큼 창업이 활발한 도시로 성장했다.
이 교수는 “기업환경이 기업을 부르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며, 일자리가 인재를 부르는 선순환이 지역 성장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특구를 혁신의 그릇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희 서울상의 부회장도 “AI가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며 “AI로 성장을 만들려면 많은 실험과 잘 갖춰진 실험실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규제 합리화와 파격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3대 메가프로젝트와 국토 대전환 전략의 연계를 강조했다. 권혜린 국무조정실 국토공간 대전환 정책 실무 추진단장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가 산업 생태계를 혁신할 엔진이라면 국토 대전환은 그 에너지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핵심 실행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인프라와 규제 완화에 대한 요청도 나왔다. 신승규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은 새만금 프로젝트를 소개해 “태양광 발전, 수전해 플랜트 기반 청정수소 생산,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를 아우르는 미래 에너지·첨단산업 복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산업단지 지정, 메가특구를 통한 규제 완화, 로봇 클러스터 구축 등 인프라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이전이 ‘무늬만 이전’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주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배영 포항공대 교수는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형태가 되지 않으려면 일자리뿐 아니라 주거,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층과 고령층 등 세대별로 필요한 정주 조건이 다른 만큼 인구이동 데이터와 인터뷰를 활용한 ‘청년 정착 가능성’ 예측모형을 만들어 맞춤형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사흠 국토연구원 글로벌개발협력센터장은 미국 피츠버그 사례를 들며 대학 중심의 AI·로봇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피츠버그는 카네기멜런대를 앵커로 로봇과 AI 기업이 모이며 제조업 쇠퇴 이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홍 센터장은 “AI 산업은 집적 효과가 강해 별도 균형장치가 없으면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강화할 수 있다”며 비수도권 우선 지원과 차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안정적인 수요가 없으면 지역 이전도 창업도 어렵다”며 “지역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AI 인재를 길러 현지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진우 경기연구원 도시주택연구실장은 “지역균형발전은 비수도권에 대한 지원이어야지 수도권 규제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며 “거점 조성, 인센티브, 광역교통, 임계인구 등을 고려한 전략적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AI를 활용한 지역 성장이 단기적인 기업 유치만으로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앵커기업과 대학, 스타트업, 연구기관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산업 인프라를 만들고, 교육·주거·교통 등 정주여건을 패키지로 개선해야 기업과 인재가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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