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수출 초호황에도 환율 1550원 돌파…수급 왜곡에 17년 만의 최고치

박성태 기자 / 기사승인 : 2026-07-02 09: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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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원·달러 환율 1554.9원 마감…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 기록
월 수출 1000억 달러 첫 돌파에도 기업들 달러 유보…연초 이후 외인 증시 자금 145조 원 이탈
슈퍼 엔저 동조화 및 美 연준 긴축 우려 복합 작용…오는 6일 외환시장 24시간 거래 체제 전환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외환시장에서 실물 경제의 강력한 기초체력 지표가 원화 가치 강세로 직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국내 수출 전선이 사상 최대 흑자 궤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550원선을 넘어섰다.

 

지난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5.5원 상승한 1554.9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는 1559.2원까지 치솟으며 올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6일의 1550.0원 이후 약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상회한 고환율 상태는 이날로 31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제작

 

외환당국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합산 360억 9500만 달러(약 5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투입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음에도 방어선이 무너진 원인으로는 거시 수급의 왜곡이 일순위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0.9% 급증한 1022억 5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월간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출만 199.5% 폭증한 448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하면 매도 물량이 쏟아져 환율이 하락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한국은행 통계상 5월 말 기준 기업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829억 9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은 채 유보하고 있어, 시장 내 실질 달러 공급량이 메말라버린 셈이다.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도 원화 약세를 직접적으로 부추겼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1조 9996억 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연초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945억 달러(한화 약 145조 원)에 달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늘고 있으나 증시를 탈출한 외국인들이 원화를 달러로 바꿔 나가면서 원화 강세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악화가 더해졌다. 일본 내 재정건전성 우려와 통화완화 기조 지속으로 달러·엔 환율이 162.7엔을 돌파하며 40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치로 폭락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는 엔화의 대리 통화로 인식돼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해 엔화 약세가 원화의 동반 추락을 유도했다.
 

또한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취임 이후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매파적 전망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달러화 자체가 강세 랠리를 펼치고 있다.
 

하반기 외환시장의 향방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추가 상승 리스크와 하반기 안정화 전망으로 대립하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남은 외국인 증권자금 매도 물량을 변수로 꼽으며 하반기 추가 상승 시 상단은 158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약달러 변곡점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고환율 흐름이 불가피하며, 전고점인 1560원선이 뚫릴 경우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며 빅피겨인 1600원선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오는 6일부터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 시간이 주말을 제외하고 24시간 거래 체제로 확대되는 점은 시장 충격을 완화할 변수다. 

 

한화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야간 정규장이 해외 매크로 뉴스를 실시간으로 흡수할 경우 시장이 닫혀 있는 동안 쌓인 충격을 보여주는 갭(Gap) 변동성이 약 41.6%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이는 뉴욕장 등 글로벌 시장의 충격을 실시간으로 소화하는 배수구 역할을 함으로써 아침 개장 직후 발생하던 가격 단층 현상과 일시적인 오버슈팅(과도 급등) 충격을 상당 부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원·달러 환율의 1550원대 고착화는 국내 실물 경제에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의 경우 원화 환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환차익 수혜를 입는 반면, 원자재 가격 안정세 속에서도 수입 원자재의 원화 환산 가격이 뛰면서 국내 비용구조를 악화시키는 2차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킨다.
 

특히 이러한 고환율 지속과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공간을 극도로 제약하고 있다. 내수 침체를 방어키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자본 유출과 환율 자극 우려로 인해 고금리 기조를 쉽게 선회하지 못하는 정책적 진퇴양난의 한계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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