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부 지원금 병원에만 국한돼, 연관기업도 배려해 달라" 하소연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전공의 파업으로 대형 병원 경영 상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병원 연관 산업인 제약과 단체급식 업계까지 피해를 보면서 전후방산업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상위 5대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모두 환자 수 급감에 의료수익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 비영리법인 특성에 다수 병원은 당장 직원들 임금 지급조차 곤란한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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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대란으로 병원은 물론 제약업계와 급식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사진=연합] |
일부 대학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나머지 직군에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대란 해소가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게 되면서 경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운영 효율화를 위해 전체 병동 60여 개 중 응급실 단기 병동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다. 서울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병동 통폐합을 진행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 파업 기간 발생한 순손실 규모만 511억 원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올해 46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예상된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 기간 500병상 이상 전국 수련 병원 50곳의 전체 수입은 2조24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6645억원)보다 약 4238억원 줄었다.
대형 병원들은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의사들의 학술 활동비 축소, 해외 학회 참가 제한 등의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모 대학병원은 교수들에게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만큼, 전 직원이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면서 "교수들은 신규환자 진료 확대에 힘써주고 해외학회 참가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병원 상황이 크게 악화하자 연관 산업인 제약업계와 급식업계도 연쇄 피해를 보고 있다. 제약업계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수술과 입원이 줄어들고 의약품 처방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의 병원 영업활동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며, 국내 임상 시험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제약업체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처방 약이 평소 대비 60~70% 수준으로 급감했다"면서 "전문의약품을 납품하는 제약사들은 환자 수가 줄어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환자 급식을 책임지는 급식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입원환자 수가 급감해 평소 대비 70% 수준을 겨우 달성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식을 제공할 때마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대형 병원 환자식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당장 식수가 줄어든다고 일하는 직원을 줄일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 중인 상황"이라며 "코로나 시기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연관 산업이 도미노처럼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증권가에서도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증권가는 의정 갈등으로 병원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제약사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대형 급식기업들도 식수 감소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연관 산업이 큰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정부가 병원에만 신경 쓰고 있지 않냐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비상 진료체계 가동을 위해 1285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다. 이어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100% 인상 등을 위해 1882억 원의 건강보험재정을 추가 투입했다. 3월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병·의원 회송 시 보상, 전문의 중환자·입원환자 진료 시 정책지원금 신설 등에 1882억원을 쓰는 등 2개월새 총 5049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측은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국민 세금과 건강보험료로 5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썼다"며 "사고는 의사가 치고 뒷감당은 국민 몫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경실련은 "국민은 의사 불법 행동의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라며 "비상 진료체계 유지 비용을 왜 국민이 낸 보험료로 부담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진료 공백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재검토하고 그 책임을 국민이 아닌 의료계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병원에는 정부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연관 산업에는 단 1원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면서 "병원뿐만 아니라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연관 산업에도 저금리 융자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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