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공개된 시장 정보일 뿐, 가격 올리기 위한 조치 아냐" 반박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정유업계를 겨냥한 가격 담합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가운데,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소속 김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범죄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함께 영장이 청구된 같은 부서 직원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국내 정유 4사가 이란 전쟁 등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시기를 전후해 사전 협의를 통해 국내 유류 및 석유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동결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신병 확보는 정유사 가격결정 관련 임직원에 대한 첫 구속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수사 확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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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업계 가격 담합 사건 수사가 본격화 하고 있다. [사진=챗GPT] |
업계에서는 검찰이 단순한 시장 가격 형성 과정을 넘어 조직적인 가격 교란 행위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나머지 정유사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신병 확보 여부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담합에 의한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며 엄정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국민의 고통을 폭리의 기회로 삼는 반칙과 담합은 반사회적 중대 범죄"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한편 업계의 관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적용 여부에 쏠리고 있다. 리니언시는 담합 가담 기업이 자진 신고할 경우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로, 대형 담합 사건 적발 과정에서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유업계 선두인 SK이노베이션 계열사가 수사 과정에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관련 의혹에 대해 확인을 피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유업계에서는 15년 전 정유사 담합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GS칼텍스가 리니언시를 신청해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으면서 경쟁사들의 강한 반발을 샀고, 업계 내부 갈등이 장기간 이어진 바 있다.
반면 정유업계는 담합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을 통하면 각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라며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별도의 공조나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유가격은 국제유가와 환율, 세금, 재고 수준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며 "공개된 시장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의 행위를 담합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 업계에서는 억울하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담합 혐의가 없음을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사 진행 상황과 리니언시 적용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정유사 임직원에 대한 첫 구속이 이뤄진 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대규모 과징금과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유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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