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결제’의 탈을 쓴 빚의 덫… 카드사 ‘꼼수 BNPL’에 청년층 병든다

정태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4 13: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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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로 위장한 신용공여… 상환 능력 무시한 빚잔치에 ‘경고등’
이름만 감춘 카드사들, 채권 매입·할부금융 등 변종 형태로 우회 영업
규제 피한 꼼수부터 해외 우회로까지… 소비자 보호는 뒷전인 맹목적 확장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결제 버튼 한 번에 미래의 소득이 담보 잡힌다. 국내 카드사들이 이른바 ‘혁신 결제’로 포장된 선구매 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에 표면적으로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실상은 이름만 교묘히 바꾼 형태로 후불여신 시장의 단물을 여전히 탐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심각한 뇌관은 이들이 신용대출의 본질을 ‘간편결제’라는 이름 뒤에 숨겨, 금융 이해도가 낮고 상환 능력이 부족한 청년층과 씬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를 빚의 덫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점이다. 

 

▲ [이미지=ChatGPT 생성]



겉으로는 소비자의 편의를 돕는 혁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자의 미래 상환 능력을 갉아먹는 무책임한 신용공여 구조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BNPL 시장은 2025년 4282억달러에서 2031년 약 1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14.7%다. 하지만 덩치가 커질수록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연체와 과소비 등 소비자 보호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금융당국이 BNPL을 사실상 ‘소비자 신용(대출)’으로 규정하고 규제의 칼을 빼든 것도, 소비자가 자신이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만드는 BNPL의 치명적인 마취 효과 때문이다.

◇ “우린 BNPL 아니다”…규제 피하려 꼼수 부린 국내 변종 실험들
국내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이 소액후불결제를 ‘대출성 상품’으로 규정하고 깐깐한 규제를 들이대자, 정통 BNPL이라는 명칭을 숨긴 채 결제와 여신의 경계를 넘나드는 변종 서비스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현대카드는 2022년 7월 무신사 솔드아웃에 ‘카드없이 분할결제’를 탑재하며 가장 먼저 우회 실험에 나섰다. 10만~50만원 상품 구매 시 3분의 1만 내고 나머지를 2개월간 나눠 내는 전형적인 BNPL 구조였으나, 약 두 달 만에 슬그머니 서비스를 중단했다.

직접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리스크의 배후에 숨어 이익을 챙기려는 시도도 있었다. KB국민카드는 2022년 결제기업 다날과 제휴해 후불결제에서 발생하는 채권을 매입하고 신용평가를 제공하는 구조로 생태계에 발을 걸쳤다.

2024년 말 관련 제휴를 종료하긴 했으나, 이는 카드사가 단순 결제망 제공을 넘어 후불여신 관리라는 뒷문으로 언제든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 해외로 눈 돌린 카드사들, “변형 모델 역수입 우려도”
국내 규제가 깐깐해지자 일부 카드사들은 금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헐거운 해외로 눈을 돌려 후불결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2022년 이커머스 ‘티키(Tiki)’와 협력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전자지갑 업체 ‘잘로페이(ZaloPay)’와 BNPL 서비스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신한카드 역시 현지법인 신한베트남파이낸스를 통해 2024년 12월 리테일 기업 ‘모바일월드’와 협약을 맺고 할부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카드 측은 “BNPL이 아닌 할부금융”이라며 선을 긋지만, 금융사가 결제에 개입해 분할상환을 제공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다.

카드업계 내에서는 연체 관리와 취약계층 보호 장치가 허술한 해외 시장에서 무리하게 덩치를 키운 변형 모델들이 향후 국내 결제 시장으로 역수입될 가능성을 심각한 변수로 보고 있다.

◇ 체크카드에 숨어든 '외상 결제'… 착시에 빠진 소비자들
우리카드의 ‘체크레딧(CheCredit)’은 BNPL의 변종이 일상 결제 수단으로 어떻게 침투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체크카드에 30만원의 소액신용 기능을 결합해, 잔액이 부족해도 먼저 신용으로 긁고 최대 24개월까지 분할납부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형식상 소액신용 결제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잔액 없이 구매부터 하고 돈은 나중에 갚는 후불결제의 유혹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 모든 변종 서비스들이 카드사 제휴 분할결제, 채권 매입, 해외 할부금융, 소액신용 등 저마다 다른 법적 껍데기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구조 뒤에 숨은 카드사들은 연체 충당금 등 여신상품에 준하는 책임은 피하면서 수익만 좇고 있다.

이름이 무엇이든 핵심은 단 하나, 물건은 지금 사고 돈은 나중에 갚는 구조가 결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부채가 결제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짙어진다는 것이다.

카드 발급이나 대출 심사처럼 자신이 빚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최소한의 허들마저 치워버린 채 편의성만 강조하는 카드사들의 꼼수 영업. 금융당국이 명칭 뒤에 숨은 ‘본질적인 신용공여 행위’를 엄격히 통제하지 않는다면, 결제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돌려막기의 늪에 빠진 제2의 신용카드 대란이 재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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