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위해 서울성모병원에 온 외국 환자, 병원서 진료·케어 받고 가족과 '아름다운 이별'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5 15:23:24
  • -
  • +
  • 인쇄

[메가경제=주영래기자] 말기 간암으로 고통 받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나탈리(Nathalie M·세례명 나탈리)씨가 스위스에서의 진료 포기 권유를 거부하고 한국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며 가족과 함께 삶의 마지막 여정을 보냈다.

지난 8월 8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한 통의 메일을 확인했다. 센터에서 옥진주 교수에게 메일을 전달했는데 옥 교수는 일차 진료, 비자검진클리닉 및 여행클리닉 전담의사, 20여개 주한 대사관의 주치의로 활동 중이다. 

 

▲서울성모병원에 온 외국 환자가 병원서 진료·케어를 받고 가족과 마지막 여정을 보냈다[사진=서울성모병원]'

옥 교수가 메일을 보고 곧장 나탈리씨의 아들과 통화한 뒤 깊은 상념과 고민에 빠졌다. “스위스 병원에서 말기 간암으로 투병중인 어머니가 의식이 혼미해 대화가 어려운 상태이고, 치료를 포기해야 한다고 가족들에게 알렸다”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아들은 “어머니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고 생명을 인위적 행위로 죽음을 이르게 하는 ‘치료 포기’를 가족들이 단호히 거부했다”며 간암 치료에 있어 한국이 앞서간다는 것을 듣고 하느님께 어머니를 부탁하는 마음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를 간절히 부탁했다.

통화를 마친 옥 교수는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암 혈관 및 인터벤션 치료의 권위자인 영상의학과 천호종 교수도 영상자료를 검토했고 간암 전문가인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와도 의논했다. 나탈리씨의 아들에게 받았던 최신 의무기록과 혈액검사 결과를 가지고 옥 교수가 성 교수와 재차 상의했다.

나탈리씨는 세균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및 간성뇌증으로 인해 의식이 저하된 상태였고 간기능의 악화로 인해 심한 황달과 복수가 동반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성 교수가 아직은 너무 늦지 않았고 치료 해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옥 교수는 너무 기뻤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이 환자분이 우리 병원에 오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돌본다’는 가톨릭 생명존중의 정신이 치료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불러 일으켰다.

옥 교수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아직은 ‘생명의 희망’이 있다고 현지에 긴급하게 연락을 취했고, 보호자들이 한국에서의 치료와 케어를 결정했다.

문제는 환자 이송이었다. 게다가 이송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쇼크 상태가 와 나탈리씨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고비도 있었다. 하지만 옥 교수가 스위스의 주치의에게 연락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 후 에어엠뷸런스의 전담의사에게 이송을 잘 부탁했다.

드디어 8월 13일 나탈리씨가 에어엠뷸런스를 타고 14일 오전 서울성모병원에 무사히 도착했다. 나탈리씨를 위해 끝까지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도 기뻤다.

나탈리씨가 이송되는 동안 병원은 예측가능한 상황과 여건 등을 고려해 시나리오를 만들어 세심히 점검하고 철저히 대비했다. 만일에 생길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위기가 닥칠 것도 염두에 뒀다.

14일 오전 9시, 나탈리씨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황달이 심해 성 교수와 응급의학과 임지용 교수는 지체 없이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다행히 그날 오후 간기능 회복을 위한 치료를 시행한 뒤 의식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간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치료를 이어가던 중 나탈리씨는 이틀 후부터 의식이 회복되었고, 일주일 뒤에는 안경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나탈리씨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간암 치료를 계획하며 희망을 가지던 중 이달 4일 갑자기 폐렴이 오면서 나탈리씨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나탈리씨는 이달 10일 새벽에 삶의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했다. 향년 78세.

성필수 교수는 “해외에서 곧 사망할 것이라고 해 치료를 포기한 환자를 본원에서 치료해 환자가 생존을 연장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간암 환자에서 간기능 보존을 통해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올리는 진료를 하겠다”고 말했다.

옥진주 교수는 “환자분의 아들과 처음 통화했을 때 치료를 끝까지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인상에 깊게 남아 꼭 서울성모병원에 와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고, “환자분이 스위스에서는 의식상태가 저하되어 가족들과 대화가 어려운 정도였지만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되어 아들들, 맏며느리, 손녀딸까지 와서 잘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너무 아름다운 이별을 맞으신 것 같다. 처음 아들에게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하느님이 함께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맏며느리가 제게 원목팀 수녀님들이 매일 병실에 오셔서 환자를 위해 기도하셔서 환자분께 아주 큰 도움이 되셨다고 자주 말했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남편인 트리베르트(Tribert A)씨는 아내의 치료와 돌봄에 정성을 쏟은 서울성모병원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와 보살핌에 감동을 받아 아내 나탈리씨의 이름으로 연구 발전기금 5만 달러를 기부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치료 받기 어려운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자선사업을 진료분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KB캐피탈, 연말 맞이 장애인 거주 시설 '쿠키 선물 세트' 전달
[메가경제=정호 기자] KB캐피탈이 연말을 맞아 장애인 표준사업장 ‘브라보비버 대구’에서 생산한 쿠키 선물 600세트를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을 통해 루도비꼬집 등 13개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에 전달했다. 6일 KB캐피탈에 따르면 ‘브라보비버 대구’는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여 문구류, 커피 드립백, 쿠키 등을 생산하며, 장애인 직업재활과 고용 확대를 위해 운영

2

공무원 필수 자격, 사회복지사 2급 과정, 12월 10일까지 수강생 모집
[메가경제=전창민 기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평생교육원이 오는 12월 10일(수)까지 국가공인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취득 과정의 2026학년도 1학기 1차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번 모집은 2026년 상반기 취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회복지사들에게 최단기간 내 학습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모집 마감 다음날인 11일(목)부터 수업을 개강한다. 사회

3

한국항공보안학회 추계학술대회…‘공항 보안’·‘항공사 보안’각 세션 열띤 발표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한국항공보안학회가 주관하고 국토교통부가 주최하는 추계학술대회가 5일 13시부터 국립항공박물관 대강당과 2층 세미나실에서 “ICT 환경변화에 따른 항공보안 위협 및 대응”를 주제로 약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용강 한서대 교수 사회로 진행된 제1부 개회식에서는 김용원 학술대회 추진위원장의 추진보고와 소대섭 회장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