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볼 필요 없네”…광고도 ‘한 장면’ 승부, 짧아진 콘텐츠 소비법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1 15:27:33
숏폼 이용률 58.6%…“짧아서 부담 없다” 76%로 가장 높아
광고도 서사 대신 장면·카피 압축…‘픽셀 라이프’ 소비 방식 반영
테라 제로, “왜, 안 돼?”로 일상 속 다양한 음용 순간 공략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콘텐츠를 소비하는 단위가 갈수록 짧아지면서 광고업계의 메시지 전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긴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기보다 관심 있는 장면이나 필요한 정보만 골라 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광고 역시 하나의 장면이나 대사만으로도 브랜드와 제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예능과 드라마, 영화 등 기존 콘텐츠도 주요 장면을 짧게 편집한 형태로 재가공돼 확산되는 가운데 광고 역시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고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사진=하이트진로음료]

 

이 같은 변화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올해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픽셀 라이프(Pixelated Life)’와도 맞닿아 있다. 픽셀 라이프는 디지털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처럼 삶을 잘게 나눠 각각의 순간과 경험을 빠르게 소비하고 다음 선택으로 이동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콘텐츠 소비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 이용률은 58.6%로 나타났다. 숏폼을 시청하는 이유로는 ‘짧아서 부담이 없어서’가 76.0%로 가장 높았으며, ‘재미있는 부분만 보려고’라는 응답도 51.4%를 차지했다.

 

광고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비 행태를 반영해 단순히 광고 길이를 줄이는 것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하나의 광고에서 인물과 상황을 차례로 쌓아가는 전통적인 서사 방식에서 벗어나 각각의 장면을 독립적인 콘텐츠처럼 구성하고, 특정 장면만 봐도 브랜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동일한 카피와 브랜드 콘셉트를 여러 에피소드에 적용하면 소비자가 캠페인 전체를 순서대로 시청하지 않아도 일관된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황별 에피소드를 추가해 캠페인을 확장하기도 용이하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테라 제로’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광고는 ‘갈증 제로’, ‘월요병 제로’, ‘번뇌 제로’ 등 서로 다른 일상 속 순간을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고된 훈련부터 월요일 아침, 템플스테이까지 테라 제로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배경으로 의외성을 강조했다. 기존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의 대표적인 음용 상황에 머무르지 않고 갈증을 느끼는 순간이나 평범한 아침, 휴식 시간 등 일상 속 다양한 순간에 선택할 수 있는 ‘데일리 음료’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각 에피소드에는 “왜, 안 돼?”라는 동일한 카피를 적용했다. 서로 다른 상황을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하면서 무알코올이라는 제품 특성을 바탕으로 음용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뒤집었다.

 

광고 모델로는 개그맨 김원훈을 기용했다. 특유의 극사실주의 코미디와 B급 감성을 활용해 제품의 특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일상의 사소한 상황과 감정을 과장된 상황극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시각·청각적 연출을 더해 광고의 코믹한 분위기와 제품의 청량감을 강조했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테라 제로가 무알코올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일상 속 다양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데일리 음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소비자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번 광고에서는 ‘왜, 안 돼?’라는 메시지를 통해 기존의 음용 상황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뒤집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전체 시청’에서 ‘필요한 순간의 선택적 소비’로 이동하면서 광고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특정 장면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기능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숏폼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확대되면서 광고 역시 짧고 명확한 메시지와 장면 중심의 캠페인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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