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주차장과 같은 취급?…병원계, 상속공제 배제 반발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1 17:16:02
전문기술·진료 노하우 축적…가업승계 취지 부합 주장
의사면허·직접경영 필수…편법 상속 가능성 낮음 지적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지방 중소병원의 세대교체가 상속세 장벽에 막혀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병원계에서 제기됐다. 병원이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경영 승계가 어려워지고, 결국 지역 필수의료와 고용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병원을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포함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 법률안 의견서를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 국회에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 대한병원협회가 병원을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포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AI]

 

정부가 지난 4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기준으로 법률에 명시하고, 가업의 정의와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병원과 약국,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등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병협은 병원이 오히려 개정안이 강조하는 전문기술과 경영상 노하우의 승계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이 장기간 축적한 수술 술기와 진료 프로토콜, 감염관리·환자안전 체계, 다직종 협업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전문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다수 병원이 치료기술과 의료기기, 디지털헬스 분야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첨단재생의료와 세포치료 등 산업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병원을 마트나 주차장, 창고업 등과 동일한 기준으로 제외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게 병협 입장이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에서 일부 업종을 제외하는 배경에는 부동산 등 자산 보유 자체가 수익의 원천이 되거나 자산 이전을 통한 상속세 회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취지가 있다.

 

반면 병원은 의료법상 의사 등 법에서 정한 개설 주체만 운영할 수 있다. 상속인이 의사면허를 갖추고 직접 진료와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 승계 자체가 쉽지 않다.

 

병원 시설과 장비 역시 자유로운 양도·전매가 제한되고 의료장비와 특수설비는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어려운 만큼 단순 자산 승계를 통한 편법 상속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병협 주장이다.

 

오히려 개정안이 강화한 사후관리 요건과 병원 운영 특성이 맞닿아 있다는 논리도 폈다.

 

개정안에는 가업 유지기간 10, 근로자 수 및 총급여액 90% 이상 유지, 가업용 자산 40% 이상 처분 제한, 상속인의 가업 종사 의무 등이 담겼다.

 

병원은 상속인이 의사로 직접 진료에 종사하고 의료인력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기에 상대적으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병협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지방 중소병원의 승계 단절이다. 개인 개설 병원의 경우 상속 과정에서 최고 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은 토지와 건물, 의료장비 등 비유동자산 비중이 높아 상속세 납부를 위한 현금 마련이 쉽지 않다.

 

지역 내 병원 인수 수요마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상속세 부담이 매각이나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중증·분만·소아 등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은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대규모 시설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상속재산 평가액은 높지만 실제 현금 창출력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어서다.

 

병협은 필수의료 병원 한 곳의 폐업도 해당 지역의 응급·중증 진료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필수의료 인력은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 문제도 거론됐다.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행정, 조리, 시설관리 등 다양한 직종을 고용하는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이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병원이 지역 내 주요 고용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병협 설명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병원이 문을 닫을 경우 의료서비스 공백뿐 아니라 지역 일자리와 주변 상권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병원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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