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4조원 규모 中 충칭공장 매각 검토 SK하이닉스…내수 '54조' 투자 승부수

황성완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1 13:24:19
용인 Y2·청주 M17에 54.3조 투자…AI·메모리 생산 무게추 국내로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SK하이닉스가 약 4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중국 충칭 반도체 후공정 공장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동시에 국내에 54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생산거점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기존 생산자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국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메모리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자문사들과 중국 충칭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공장에 대한 투자자 유치와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

 

충칭 공장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주요 후공정 생산기지다. 반도체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절단한 뒤 패키징하고 성능을 검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시장에서는 충칭 공장의 전체 기업가치를 약 30억달러(약 4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계 투자펀드와 현지 반도체 기업 등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전량 매각뿐 아니라 일부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넘긴 뒤 SK하이닉스가 소수 지분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의가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10일 SK하이닉스에 충칭공장 지분 매각설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공시를 통해 "당사는 패키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 中 후공정 자산 '선택과 집중'…생산거점 재편 신호탄

 

업계에서는 이번 검토를 단순한 중국 사업 철수보다는 글로벌 생산거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과 집중' 차원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여년 전 중국 우시에 첫 해외 웨이퍼 생산공장을 구축하며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후 충칭에 대규모 패키징·테스트 생산기지를 마련하며 중국 내에서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범용 메모리에서 AI용 고부가 제품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생산거점별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메모리의 경우 D램 생산능력뿐 아니라 TSV(실리콘관통전극), 적층 및 첨단 패키징 기술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한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가속기 수요가 확대되면서 HBM 생산과 이에 연계된 첨단 후공정 역량의 중요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충칭공장에 대한 외부 투자자 유치나 지분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존 중국 후공정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중국 사업 자체를 축소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SK하이닉스가 충칭공장 일부 지분만 매각하고 사업에 계속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만큼 중국 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투자 부담을 낮추는 형태의 재편 가능성도 열려 있다.

 

◆ 국내 최대 54.3조원 투자…용인·청주 '쌍끌이'

 

특히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생산자산 재편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국내 생산시설에 총 54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2기 팹(Y2)에 35조2000억원, 청주 낸드플래시 생산기지 M17 팹에 19조1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단순 투자금액만 놓고 보면 약 4조원으로 평가되는 중국 충칭공장 전체 가치의 13배가 넘는 자금을 국내 신규 생산시설에 투입하는 셈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구축하는 핵심 거점이다. Y2 투자를 통해 AI 시대에 대응할 중장기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향후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청주 M17 역시 국내 생산 포트폴리오 확대의 한 축을 담당한다. M17에는 19조1000억원이 투입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생산능력 확대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로 SK하이닉스의 국내 생산축은 용인과 청주를 중심으로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충칭공장이 기존 후공정 자산의 효율화라는 관점에서 재편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50조원이 넘는 신규 자금을 투입해 미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기술 규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생산시설에 대한 중장기 투자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국내 생산거점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최신 장비 도입과 기술 고도화가 중요해지는 만큼 국내에 대규모 신규 팹을 구축해 차세대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충칭공장 지분 매각 검토와 국내 54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는 SK하이닉스가 향후 생산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서는 기존 자산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용인과 청주를 중심으로 차세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HBM 등 고부가 메모리와 첨단 공정에 얼마나 신속하게 생산능력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기존 해외 생산자산의 효율성을 검토하는 동시에 국내 신규 생산거점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중장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충칭공장 지분 매각은 현재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향후 실제 거래 여부와 매각 규모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생산거점 재편 방향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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