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채권 수익률 개선 기대
실제 수혜는 자산·부채 구조 따라 달라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금리 상승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보험주가 미국의 금리 전망 변화에 하루 사이 출렁였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신규 채권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고 보험부채의 현재가치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실제 보험사가 받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생명보험사들의 자산 듀레이션(금리 민감도)이 부채보다 긴 구조여서 금리 상승 시 자산가치 감소 폭이 부채가치 감소 폭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체제에서는 보험사별 자산·부채 구조에 따라 고금리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주요 보험주는 전날의 강세에서 벗어나 약세로 전환했다. 전날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부각되면서 보험주 전반에 매수세가 몰렸지만 하루 만에 금리 전망이 달라지면서 투자심리도 빠르게 바뀌었다.
![]() |
|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 금리 인상 기대에 뛰었다가 동결 전망에 주춤
전날인 3일에는 보험주가 국내 증시 약세 속에서도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한화생명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13.00% 오른 6520원까지 상승했다. 한화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 흥국화재, 미래에셋생명 등 생명·손해보험주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됐다.
당시 보험주 강세의 배경으로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꼽혔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보험과 은행 등 금융업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부각됐다.
그러나 4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향후 발표되는 물가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경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4.761%로 하락했다. 금리 전망이 하루 사이 달라지자 보험주 투자심리도 빠르게 반응한 셈이다.
◊ 신규 채권 수익률 개선·보험부채 감소…고금리의 긍정 효과
보험사가 금리 상승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산운용 구조에 있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보험금으로 지급하기 전까지 장기간 운용한다. 국채와 우량 회사채 등 채권이 주요 투자자산으로 활용되며 특히 생명보험사는 장기 보험계약이 많아 장기채 운용의 중요성이 크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만기가 돌아온 저금리 채권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채권으로 교체할 수 있다. 신규 채권의 재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이자수익을 개선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보험부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보험사는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보험부채를 평가한다. 시장금리가 올라 할인율이 높아지면 보험부채의 현재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리가 상승할 때 보험사의 자산운용 여건과 자본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먼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 “자산가치 더 크게 줄 수도”…금리 상승 효과 회사마다 달라
보험업계에서는 금리 상승을 일률적인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생보사들은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긴 구조로, 금리 상승 시 자산가치 감소 폭이 부채가치 감소 폭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업계에 공통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특정 보험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최근 생보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자산·부채 구조 변화에 대한 설명이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따라 자산이나 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보험금의 현재가치가 낮아져 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보험사가 보유한 장기채권 등 자산가치도 함께 낮아진다. 자산의 금리 민감도가 부채보다 크다면 자산가치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생보업계에서는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보다 길어진 회사들이 나타나면서 과거와 달리 금리 상승이 K-ICS에 반드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금리의 방향 자체보다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 지급여력비율도 회사별 차이…자산·부채 관리가 관건
금리 상승이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K-ICS는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본건전성 지표다. 금리 변화는 보험부채뿐 아니라 투자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 차이가 중요하다.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외에도 재보험을 통한 대량해지 위험 출재 규모 확대,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통한 금리위험 관리,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통한 자본 확충 등을 통해 K-ICS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 차이를 일정 범위에서 관리하는 ALM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교보생명의 자산 듀레이션은 10.2년, 부채 듀레이션은 10.0년이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사업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생보사는 장기 보장성보험과 연금보험 등 만기가 긴 보험계약이 상대적으로 많고, 손보사는 장기보험뿐 아니라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 등을 함께 취급한다. 같은 생보사나 손보사라도 상품 구성과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른 만큼 금리 변화가 자산과 부채, 자본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 채권 운용뿐 아니라 자본조달 여건도 변수
금리 상승의 실제 효과를 판단할 때는 보험사의 자산운용과 함께 자본조달 구조도 살펴봐야 한다.
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을 활용한다. 시장금리 변화는 신규 채권의 운용수익률뿐 아니라 자본성증권의 발행과 차환 여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신규 자본성증권의 발행금리가 높아져 자본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채권을 새로 편입하면서 장기적인 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보험상품 측면에서도 금리는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시장금리가 높아지면 예·적금이나 채권 등 다른 금융상품의 수익률도 올라간다. 반면 예정이율 등을 조정할 여지가 생기면 보험료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 하루 만에 달라진 주가…실제 수혜는 회사별로
이번 보험주의 움직임은 시장이 금리 전망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3일에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한화생명이 장중 13%까지 오르는 등 보험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하루 뒤인 4일 금리 전망이 달라지자 보험주도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주가가 금리 전망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과 보험사의 실제 실적과 자본건전성이 움직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금리 상승은 신규 채권의 재투자 수익률을 높이고 보험부채의 현재가치를 낮출 수 있지만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에 따라 실제 재무적 효과는 달라진다.
결국 ‘금리 상승=보험사 호재’라는 단순한 공식만으로 개별 보험사의 수혜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K-ICS의 금리 민감도와 채권 포트폴리오, 자산·부채 관리 구조, 자본조달 여건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