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산업현장 바짝 긴장...경제단체 "처벌 공포...보완입법 필요"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7 19: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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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산업재해시 사업주·경영책임자 1년 이상 징역 처벌 가능
주목받을 ‘1호 사고 피하자’ 현장운영 중단·조기연휴 돌입도
경총·전경련·산업연합포럼 입장 발표...“과잉수사·과잉처벌 우려”

노동자 사망 사고 같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시행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이 1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발효됐다.

중대재해는 크게 물류 창고 화재 같은 중대산업재해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이중 기업·노동자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중대산업재해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게 한 사업주·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또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직업성 질환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다.
 

▲ 중대재해처벌법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체, 일반 사무직 등 업종에 관계없이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 현장은 2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는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후진적 사망사고가 근절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사업장과 건설 현장의 안전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법안이 처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이해가 확산하기를 바란다”면서 “사고를 예방하는 정부의 노력과 법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재해를 줄이자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 일각에서도 법의 내용이 모호하거나 불충분·부적절하다는 주장과 함께, 일부 조항의 실효성과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돼 왔다.

법 적용 대상인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불분명하고, ‘사망자’의 질병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경영계는 모호한 규정과 강한 처벌 규정 등으로 과잉수사와 과잉처벌을 우려한다.

그간 경영계는 법이 처벌보다는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모호한 규정을 손봐 현실적인 입법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처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산업계는 ‘1호 처벌’만은 피하자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에 시행 첫날인 27일 전국의 산업현장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29일 시작되는 설 연휴를 법 시행일인 27일로 앞당겨 휴무에 들어가는 건설업체도 있다.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아예 현장 운영을 중단한 곳도 있다. 혹여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해 ‘1호 처벌’ 대상자로 주목을 받고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 특성상 언제, 어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법 시행 초기에 ‘1호 사건’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해 보자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분위기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법 시행 관련 해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기업이 스스로 경영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해 현장의 안전보건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경영책임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무조건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이행 등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하기 했다.

주요 경제단체는 이날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축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낸 입장에서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음은 경영계도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과도한 처벌 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 준수를 위해 큰 노력을 하는 기업조차도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또 “기업 입장에서 무엇을,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 준수로 인정되는지 알기 어려운 혼란에 처했다”며 “입법 보완없이 법률이 시행됐고, 정부가 마련한 해설서 또한 모호하고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 범위는 사고 원인과 직접 관계되는 의무사항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처벌 목적의 과도하고 무리한 경영책임자 수사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입장문을 내고 “기업인들이 산업안전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지만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이 모호한 탓에 일부 현장에서는 1호 처벌 대상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과잉처벌에 대한 우려와 실효성 논란에 시달려왔다”며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 법 시행 과정에서 경영자에게 명백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과잉수사, 과잉처벌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아울러 “법 시행을 계기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해 선진국처럼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 위주로 안전보건 체계를 확립하고 기업경영 위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도 이날 입장을 내고 “중대재해처벌법이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사업주 혹은 경영책임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무를 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1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처벌 조항도 과실치사가 5년 이하 징역인 것과 비교하면 형벌의 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야 대선 후보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내 보완 입법을 공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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