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똘레랑스] '소설 6월 10일'의 페르소나, 이 시대의 이정훈은 누구일까?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0-06-19 11: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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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우리는 망각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마치 어제는 칼을 갈기 위하여 강가로 갔었고 오늘은 칼을 버리기 위하여 강가로 가고 있으며 내일은 칼을 강가에 버렸는지조차도 잃어버리기 일쑤인 그런 망각 말이다.


하지만 살기 바빠 잊고 있었던 푸른 한강 강물은 여전히 깊고 서늘하다.


그 강물 안에는 여기저기 상처난 칼자국이 이 땅에 서려 있기 때문이다.


‘소설 6월 10일’은 이제 너무 많은 강물이 지나가 강 하류에 홍수로 떠내려온 나뭇가지들 옆에 앉아 평생 가슴 속에 숨겨 두었던 칼을 꺼내어 다시 사람들에게 칼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싶어한 작가의 본심이 눈부신 겨울햇살에 칼처럼 빛나는 이야기이다.



'소설 6월 10일'은 [사진=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제공]
'소설 6월 10일'은 6.10 민중항쟁의 주역들이 어떤 일을 겪고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시대를 넘어 그들의 삶과 가치를 반추하게 만든다. [사진=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 제공]


이제 우리는 작가의 페르소나인 이정훈의 시선을 따라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도 가끔은 헛갈리는 망각의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 있음을 다시 상기하여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망각을 해도 좋은 이 순간을 만든 사건, 6.10 민중항쟁의 주역들에게 우리는 마음의 빚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 6월 10일은 바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6월 민주항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젊음을 바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애쓴 우리 선배들의 눈물과 피땀이 지금 이 시대에 들어서는 그들도 기성세대가 되어 변했다고 젊은 세대에게 평가받지만, 그들이 어떤 일을 겪은 세대인지 이해하기 위하여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같은 소설이다.


물론 시대의 소음들로 인하여 민주항쟁의 주역들도 나이의 때를 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구하다.


여전히 그들 대다수는 어제처럼 6.10 민주항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잊혀져도 좋은 기억 사이에서 강물 깊이 빠져있는 칼을 떠올리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아아 우리 대한민국” 노래를 들으며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으며 아직 이 사회에 남겨놓은 민주주의의 숙제를 위해 더 많은 공유 더 많은 연대에 대해 어깨동무하고 소리지를 수 있으며 다시 모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대이다.


이제 그들의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얼굴에 주름이 깊어갈 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논의하고자 하는 첫눈 첫 발자국 같은 이 소설은 호흡도 빠르고 주는 메시지도 강렬하다.


“박종철 고문살인 조작 은폐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가 있었던 1987년 6월 10일을 기념하는 이 소설은 이정훈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의 시위 전술 “택”에 따라 시위를 주동했던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호흡도 빠르고 전개도 빠르며 상황의 대비도 극명하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름을 나누어주고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소중하게 불러준다.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도, 시위대를 밀고하여 자신의 안위에 가져다 사용하는 사람도, 이 소설에서는 누구 하나 조연이라고 볼 수 없다.


분열과 통합의 이데올로기에 앞서 작가는 그들이 모두 우리의 친구이고 같은 시대를 사는 평등함의 입장에서 함께하는 존엄한 인간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 주변 환경이 주는 굴곡을 피하여 몸을 낮추고 나이를 모두 채워 죽는 것만이 진정한 완성된 삶이라는 진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파쇼 정권 타도하고 민중공화국 수립하자!”라고 호소하며 시너를 뒤집어쓴 이정훈이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 속에 생애 마지막 호흡을 내뱉으며 불길에 사라져갈 때, 앵커는 방송에서


“가난한 가정 형편을 비관해왔으며 최근에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극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려 왔다”라고 당해 사실을 왜곡하여 일반인에게 전달한다.


입은 있되 진실한 혀가 없었던 그 사회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동등한 피해자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다를까? 문제를 인식하여 사람들이 정말 종식시키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인간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단면을 접근하는 지식의 깊이와 내용이 다르고 스스로 결과를 두고 생각하는 힘이 약해질 때 파쇼 시대는 다시 되돌이표처럼 우리 앞에 와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경고하고 있다.


그리하여 비록 칼을 강물에 던져 다시는 그 칼이 더 이상 증오가 아닌 미소이고 분노가 아니고 웃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정보와 지식이 불균형하게 분배되고 권력을 가진 자가 누군가를 자신의 도구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면 소설 속 이정훈처럼 스스로 가지 않으면 안되는 인간의 길을 몸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세상을 혼자서는 바꿀 수 없다. 이정훈과 같이 무엇인가가 잘못 되었다는 메시지를 모든 것을 다하여 보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모래알을 그저 모으기만 해서 바위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모래를 단단하게 만들 사회에 대한 관심과 관념 연대할 미래가 있어야 한다.


현대인들이 망각의 시대에 삿대도 없고 돛대도 없이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듯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소설 6월 10일은 새벽에 내린 흰 눈 위에 시를 쓰듯이 민중항쟁 세대가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의 꿈이 제대로 실현된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 반문한다.


꿈이 없는 시대는 절망의 시대이고 한 개인의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꿈이 없는 것이 개인의 탓일지 모르지만 한 세대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미래가 없는 죽은 사회가 되지 않도록 다시 뒷걸음치지 말고 앞으로 가야한다는 소설이다.


작가는 민중항쟁 세대의 주역이기도 하지만 KBS 미디어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저작권의 빈익빈부익부를 견제하여 이에 대한 균형으로 정보와 지식을 물려주고 나누자는 영상물 공유 운동을 이끄는 셀수스 협동조합의 일원이기도 하다.


불안과 망각의 시대, 우리가 진짜 꿈꾸는 민주주의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하기 전에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니라 우리가 되어 이 시대의 꿈을 공유할 때 반드시 일독하여야 할 필독서라 생각된다.


Verumtamen oportet me hodie et cras et sequentu die ambulare.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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