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금수에는 금수"...중국, 희소 광물 대미 수출 통제

신승민 기자 / 기사승인 : 2024-12-04 17: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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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HBM 수출 규제에 보복 조치
국내 반도체·배터리 산업 타격 우려

[메가경제=신승민 기자] 중국 정부가 미국을 겨냥해 주요 광물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출 통제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루어진 보복 조치다. 

 

미국의 신정부 출범을 한달 앞두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 간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 중국 오성홍기와 주기율표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상무부는 3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고문에서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고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이중 용도 품목의 대미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중 용도 품목은 민간 용도로 개발됐지만 군사적으로도 활용 가능한 제품을 말한다.

 

이번 조치로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희소 금속을 사용한 제품은 미군 사용자에게 수출이 금지되며, 흑연 수출은 허가 심사 시 최종 사용자와 용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위성 통신, 광학 장비 등 첨단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며, 흑연은 이차전지의 음극재 핵심 원료로 꼽힌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공급의 95%, 게르마늄의 67%, 안티몬의 48%를 차지하며, 흑연 역시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경제와 과학기술을 정치화·무기화한 데 대한 대응"이라며 "글로벌 산업체인의 안정성을 수출 통제를 통해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됐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지난해 8월 갈륨과 게르마늄, 10월 흑연 수출을 통제할 당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으나, 이번에는 명시적으로 미국을 지목했다.

 

전날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AI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HBM 및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개정된 규제안에 따라 미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은 중국으로의 수출이 제재를 받게 됐다.

 

업계는 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로 인해 미국 제조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에 수출 금지된 원재료 공급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업체들도 중국산 갈륨, 게르마늄을 다량 수입하고 있으며, 특히 이차전지 생산 기업들이 흑연 수출 제한으로 인해 공급망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산 흑연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인해 공급망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배터리산업협회 등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니켈, 코발트 등 더 광범위한 주요 광물을 추가로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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