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울도 소중한 원유' 국제공동비축 90만 배럴 해외 반출…정부, 석유공사 즉시 감사 착수

박성태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1 23:45:21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속 에너지 안보 '구멍'…우선구매권 미행사 논란
산업부 "90만 배럴 재확보 불가능, 규정 위반 시 엄중 문책" 고강도 감사 예고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중동 사태 격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고조되며 국가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내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원유 90만 배럴이 해외로 반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한국석유공사의 대응 부실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즉각 감사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국제공동비축’ 원유에 대한 우선구매권을 즉시 행사하지 않아, 울산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원유 약 90만 배럴이 해외로 판매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 울산 석유비축기지 내부모습 [사진=연합뉴스]

국제공동비축 사업은 산유국 등 해외 기업의 원유를 국내 유휴 저장시설에 유치하는 대신, 수급 위기 등 비상시에 해당 물량을 한국이 먼저 사들일 수 있는 ‘우선구매권’을 보장받는 제도를 말한다.
 

이번 사태는 석유공사가 해외 산유국 A사와 국내 정유사 간의 구매 계약 협상을 과신해 우선구매권을 조기에 행사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A사는 이달 초 원유 200만 배럴을 울산 기지에 입고했으나,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정유사 대신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해외 국가로 물량을 넘기는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밝혔졌다.
 

석유공사는 뒤늦게 이상 동향을 파악하고 협상을 벌여 110만 배럴에 대한 국내 공급권은 확보했으나, 나머지 90만 배럴의 해외 반출은 막지 못했다. 90만 배럴은 우리나라 하루 석유 사용량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양이다.
 

산업부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핵심 자원이 외부로 유출된 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원유 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한 관리 부실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유출된 90만 배럴에 대한 추가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석유공사의 우선구매권 미행사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규정 위반이나 업무 태만이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문책할 것”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비축유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고,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시 원유 확보 시스템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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