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경제난 처방 없이 끝난 대통령 신년회견

김기영 / 기사승인 : 2019-03-14 09:58:5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행한 신년 기자회견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회견문에서 기대했던 내용이 끝내 나타나지 않아서였다. 그 내용은 회견문 낭독 후 이어진 일문일답에서도 제시되지 않았다. 기자가 기대했던 것은 경기 침체와 성장 둔화, 고용난 등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과 처방이었다.


난국임을 인정하는 발언과 그에 대한 해법 제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인 분석이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해법 마련의 출발점이 됐음직한 원인 분석이 너무 자의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제시된 해법은 구체성이 결여된 가운데 원론적 수준을 맴돌았을 뿐이다. 자연히 공감을 얻는데도 실패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문의 절반 이상을 경제 문제로 채워넣었다. 그런 가운데 ‘성장’을 29회나 언급했다. 그 점은 고무적이었다. 회견문 구성을 양적으로 평가하자면, 문 대통령은 경제를 신년회견의 최대 의제로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앞서 지적했듯 우선 정확한 원인 분석이 제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경기 둔화를 인정하면서 특히 일자리 문제가 악화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용 지표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쉽고 아픈 점이었다”, “정부가 할 말이 없게 됐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경기 둔화, 특히 고용상황이 악화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명쾌하게 정리하려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제시한 것은 제조업 부진, 산업구조, 그리고 소비행태 변화 등이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오래 전부터 누적돼온 문제가 현 정부 하의 고용 부진을 낳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정작 중요하고도 직접적 원인 중 하나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서는 “(그) 효과도 일부 있을 것”이라는 말로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갔다.


정부 정책이 안고 있는 치명적 결함을 그대로 둔 채 고용 부진 등 경제적 난국을 초래한 원인을 ‘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의 잘못’으로 돌리기 위해 양비론적 시각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뜻을 명확히 했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도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 사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회견문이 경제 정책에 대한 보완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일부 제기됐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 기존 경제정책의 주요 구성요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정책방향을 바꾸지 않을 뜻을 재확인했다고 보는 게 오히려 타당하다. “정부 정책 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가면서도 보완할 점을 충분히 보완해서 고용의 양과 질을 함께 높이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밝힌 점도 그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니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이라는 등의 ‘혁신’을 강조하는 발언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 환경, 특히 고용 상황은 최악이었다. 통계청 집계 결과 실업자는 107만3000명으로 2000년 이후 최다였고, 실업률은 3.8%까지 치솟아 2001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이처럼 비상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을 통해 ‘지금 그대로’를 강조하며 정부 정책이 옳았음을 국민들이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이는 대통령의 신년 회견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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