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시달린 씨젠, "주가 바닥이 어디야?"...무상증자 호재에도 '반토막'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6-09 0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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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증자 권리락 한 달여 만에 43% 하락
'포스트 코로나' 이끌 성장동력 제시 필요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이 무상증자 후 주가가 연일 바닥을 뚫고 내려가면서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했다.

공매도 재개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진단키트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미래 성장동력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 씨젠 CI



씨젠은 지난 4월 23일 무상증자로 발생한 권리락으로 기준가 9만 8000원에 장을 시작했다. 이날 전 거래일 대비 9.69% 상승한 10만 7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전 거래일인 26일도 주가가 소폭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7일부터 주가가 연일 내림세를 보였다. 이후 29거래일 동안 주가가 오른 날은 단 5일에 그쳤다.

지난 8일 종가 기준으로 씨젠 주가는 전날보다 0.48% 내린 6만 1600원을 기록하며 불과 한 달여 만에 43.1%가 하락했다.

반면에 최근 국내 증시는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울 정도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씨젠 주주들의 애를 더욱 태우고 있다.

특히, 씨젠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공매도 재개를 꼽고 있다.

씨젠은 공매도 재개 첫 날인 지난달 3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290억 원에 달하면서 코스닥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주가가 무려 8.01% 급락해 씨젠이 ‘기울어진 운동장’ 탓에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소액주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후에도 씨젠은 집중적인 공매도에 시달리면서 주가가 계속 억눌린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 자료=한국거래소

 


지난 4일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 주식시장 동향을 점검한 결과 공매도와 주가 간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씨젠 소액주주들 중 일부는 여전히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씨젠은 공매도 재개 후 공매도 잔고 수량이 꾸준히 늘어 지난 3일 기준 102만 8434주나 쌓여있다.

한편, 씨젠 주가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 특수 장기화로 여전히 진단시약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씨젠은 지난 1분기에 매출액 3518억 원, 영업이익 1939억 원을 거두며 5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인도,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해 글로벌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진단키트 수요 증가에 대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독일 등 해외 진단시약 공급계약이 2분기 들어서도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하지만 1분기 매출 비중은 시약 매출이 80%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코로나 제품 비율이 80%에 달한다. 또한 1분기 시약매출은 전분기 대비 25% 감소한 상황으로 성장이 꺾이는 모습을 보여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 천종윤 씨젠 대표 [서울=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우연한 코로나 특수로 단기간에 덩치가 커진 만큼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의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분자진단 영역에서 한우물만 파오던 회사와 오너의 체질을 갑자기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불룩해진 주머니 속 현금을 어디에 투자할지가 관건이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소액주주들이 주가 부진을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진통 속에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당시 천 대표는 주주친화 정책 발표와 더불어 직접 씨젠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주주들 앞에서 발표해 신뢰 회복에 나섰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외부 인사 영입에도 매달렸다. 지난 2월 기존 사업의 확장과 신사업 강화를 위해 삼성증권 출신 박성우 M&A 총괄 부사장을 영입했으며, 이외에도 연구개발(R&D), 전략, 재무, 법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원급 인력을 연이어 확충했다. 


지난 4월에는 주주와의 소통을 위해 삼성 출신인 김명건 IR·PR총괄실장과 김용국 PR그룹장을 영입해 대외 커뮤니케이션 강화에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씨젠 사업 비전 - 전세계 분자진단 대중화 ’생활 검사‘ 완성 [출처=씨젠]


한편, 오는 10일과 11일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경쟁업체 SD바이오센서의 기업공개(IPO)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코스피 입성을 코앞에 둔 SD바이오센서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 1791억 원, 영업이익 5763억 원으로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의 실적을 압도했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SD바이오센서의 시가총액은 7~9조 원 가량으로 상장 시 씨젠 주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D바이오센서 역시 코로나 특수로 거둔 현금 보유액이 풍부한 상황에서 공모자금까지 더해 포스트 코로나 준비를 위한 신규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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