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한 달 만에 '원청 교섭 폭탄'…산업계 "공장보다 법정이 바빠졌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6-24 11: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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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1161곳, 원청 439곳에 교섭 요구…사용자성 기준 모호성에 현장 혼란 확산
산업계 "안전관리도 사용자성 근거 될라"…대체근로·교섭창구 기준 등 보완입법 촉구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급증하면서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가 제기됐다.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안전관리와 복지지원까지 직접 교섭 의무의 근거로 해석될 수 있어 기업 활동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한국산업연합포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와 24일 서울 엘타워에서 ‘개정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 파급효과와 개선과제’를 주제로 제87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만기 KIAF 회장은 개회사에서 “개정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직접교섭 요구가 산업현장 전반의 쟁점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6월 19일 기준 1161개 하청노조, 조합원 16만4000명이 439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노동위원회 절차 등을 통해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업장은 103곳이지만 실제 본교섭에 들어간 곳은 10곳에 그쳤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기업들이 생산활동 대신 법적 대응과 절차 대응에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특히 원청의 안전관리 의무와 사용자성 판단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원청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수록 하청노조에 대한 직접 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해석될 수 있다”며 “안전 법령 준수와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 사이에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섭 절차를 둘러싼 혼선도 지적됐다. 복수의 하청노조가 원청에 동시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창구를 어떻게 단일화할지, 기존 원청 노조와 하청노조를 같은 교섭단위로 볼지 등에 대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절차 기준이 정비되지 않으면 노조 간 이해관계 충돌로 교섭 자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사용자성 확대에 따른 비용과 불확실성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제조업에서는 공정 통합과 라인 연동을 이유로 안전, 성과급, 근로시간 등이 원청 교섭의무로 확대될 수 있고, 물류·플랫폼 분야에서는 교섭과 쟁의가 공급망 차질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AF가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18일까지 71개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현장의 부담이 확인됐다. 기업들이 꼽은 가장 시급한 애로사항은 ‘사용자성 판단 기준의 모호성’이 3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파업 발생 시 대체근로·안전조치 기준 부재’ 35.2%, ‘교섭요구 단계에서 교섭의제가 특정되지 않는 문제’ 29.6%, ‘생산·물류 공급망 차질 우려’ 28.2% 순으로 나타났다.

 

시행 이후 발생했거나 우려되는 경영상 영향으로는 ‘법률·노무 대응 비용 증가’가 47.9%로 가장 많았다. ‘생산 차질 또는 납기 리스크 증가’는 36.6%, ‘경영 의사결정 지연’은 32.4%로 집계됐다.

 

패널토론에서는 개정 노조법의 법문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은 구내식당 등을 사용자성과 무관한 사례로 제시하고 있지만, 노동위원회가 급식·세탁·경비 등 비핵심 업무까지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은 법문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며 “노동부와 국회가 혼란을 방치하지 말고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권 확대는 교섭비용과 생산비용을 높이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으로 하청 수요를 줄여 하청근로자의 처우 개선 여지까지 축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청노조가 원청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원청과 하청노조가 성과급 지급에 합의할 경우 실제 지급 주체가 누구인지,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이 하청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는지 등 법적·경영상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앞으로 원청 사용자성과 교섭의제를 둘러싼 노사 대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원청의 산업안전보건 의무 이행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되고, 교섭 대상도 사용자성이 인정된 근로조건으로 한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개정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절차, 쟁의행위 범위, 대체근로·안전조치 기준 등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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