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강석훈호 1년...현안은 산더미, 해결은 언제

황동현 / 기사승인 : 2023-06-22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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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줄퇴사…부산행 우려에 노사갈등 고조
내‧외부 악재에 강석훈 회장 리더십 도마 위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강석훈 회장 체제 1년을 맞은 KDB산업은행(산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안들은 산적한데 해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재무상황은 악화되고 본점 부산 이전 문제로 내부 갈등도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강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본점 부산 이전 문제는 이달 초 국토교통부가 산은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한다고 고시하면서 행정적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전을 위해선 국회에서 산은법 4조 '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에 둔다'는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해야 해서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당장 이전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취임 1주년을 맞은 강석훈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본점 이전 과정에서 산업은행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조직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산은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산은에는 '지방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해 정부에 제출해야 할 법적의무가 있다"라며"노조와 직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국회와도 긴밀히 소통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취임한 후 지금까지 노조와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와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부산 이전을 논의하기 위한 노조가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구성도 여전히 난항을 보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여당인 국민의힘 뿐 아니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참여하는 '산은법 개정 TF'가 발족됐다. 하지만 정부 당국, 기업 부문에서도 참여하는데 정작 노조 측과는 별다른 소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산은 인력의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38명에 불과했던 퇴사자는 지난해 97명으로 급증했고, 노조 측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만 자발적 퇴사자 수가 30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퇴사자 급증에는 현 정부의 산은 부산 이전 논의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산은 내부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인력 유출에도 강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별다른 소통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이 본점에서 지방이전 저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KDB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전력 지분 32.9%를 보유한 산은은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산은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2020년말 15.96%에서 올해 1분기말 13.11%로 2.85%포인트 떨어졌는데, 이중 한전 손실에 따른 하락분이 1.95%포인트에 달한다.

 

강 회장은 이날 "충분한 정책수행을 위해선 현재의 13%대 BIS비율로는 부족하다"면서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는 한편 정부, 국회와 추가 출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산은의 가장 큰 역할이자 임무 중 하나인 '기업 구조조정' 부분도 답답한 상황이다. 강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해 온 대우조선해양 매각 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산은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주요 사업들이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KDB생명의 ‘다섯 번째’ 새 주인 찾기는 여전히 뷸투명하다. 지난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6500억원 규모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했던 산은은 이후 총 4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성공에 이르지 못했다. 산은은 KDB생명의 자본 감소, 나아가 매각가를 낮추기 위한 75% 비율의 무상감자를 위한 논의를 주주총회에서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까다로운 대주주 승인 요건과 인수여력을 지닌 금융지주사 등이 여전히 별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아 당장 매각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연내 HMM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좀처럼 매수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해운 운임 하락으로 실적 악화가 전망되는 등 매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각자문단을 꾸리고 지난 4월부터 매각자문사 를 선정해 기업실사와 잠재매수자 물색, 최적의 거래구조 설계 등 매각컨설팅을 논의하고 있다. 산은에 따르면 HMM 주가가 1000원 하락하면 산은 BIS 비율이 0.07%포인트 떨어진다.

 

▲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산업은행]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유럽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건도 반대 기류에 봉착한 상태다. 최근 미국과 유럽 당국이 반대 의사를 내놓았는데 실제로 최근 EU는 중간심사 보고서를 통해 "이번 합병이 4개 노선(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라며 기업 결합 심사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 법무부 또한 일부 노선에서의 독점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양 사간 합병에 부정적 기류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측에서는 "아직 미국과 유럽 당국이 합병 반대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당장 다른 방안, 소위 '플랜 B'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미국과 유럽 당국의 승인 없이는 사실상 양사 합병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만일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산은은 또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재매각을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대한항공을 제외한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듯 HMM 매각, 기업인수합병 등의 해결이 지지부진하면서 산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산은은 모험자본 시장 투자, UAE(아랍에미리트) 투자 유치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안팎의 난제들이 정책금융기관 역할 수행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도 높아 향후 산은 측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이슈들이 지속되면서 취임 1년을 맞은 강 회장의 리더십 또한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복수의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산은의 BIS가 13%에 겨우 턱걸이 하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건전성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라며"내부소통을 강화하고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기 위한 CEO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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