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법 '덫'에 걸린 한국 조선, 미 해군 MRO 실현 가능성은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12-12 1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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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는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 부재, 최대 걸림돌
존슨법이 가로막는 한·미 조선 협력, 해법은 '법 개정'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최근 미국 존슨법이 국내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발의한 존슨법은 외국 기업과의 협력 시 현지 생산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미국과의 협력을 위해 현지에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은 오랜 시간 축적된 현지 협력사와의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조선업계와 메가경제 취재, 그리고 영국 클라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업 점유율은 중국(65%)과 한국(26%), 일본의 점유율(2%)로 93%에 이른다. 반면 미국 조선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0.04%로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다.  

 

▲ 미 해군 항모전단. [사진=픽사베이]  

 

미국은 1·2차 세계 대전을 맞으며 첨단 군함, 상선 등을 건조하는 글로벌 조선 강국이었다. 그러나 1920년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의 부작용이 본격화되면서 쇠락을 맞게 된다.

존슨 법은 미국 내에서 운항·정박하는 모든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규정한 법이다. 이 법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에 큰 도움이 됐다. 미국 조선소들은 글로벌 경쟁 없는 독과점이 보장되다 보니 생산 및 기술 능력 향상보다는 설비 투자 등을 축소하는 영업외 수익으로 영리를 꾀했다.

 

결국 이로 인한 부작용은 1960년대 조선기술을 앞세운 일본, 1980년대 보조금 지원 중단 이후 한국과 중국에 대한 가격 경쟁력마저 잃으며 미국 조선업체의 입지는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아직 미국은 11개 항모전단을 보유한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조선 방산업체는 헌팅턴잉걸스와 제너럴다이내믹 두 곳에 불과하다.

이는 동아시아 해양패권 한정 경쟁상대인 중국 대비 함정 건조 열세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미 해군정보국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조선 건조 능력은 2325만 GT(총톤수)로 미국 10만GT의 233배에 달한다.

 

총 함정수도 2022년 기준 미국은 294척, 중국은 351척을 보유하고 있다. 전함수도 미국은 219척으로 중국 234척 대비 수적 열세이다. 게다가 함정을 유지하고 보수할 능력이 없어 건조보다 퇴역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 4월 ‘프로젝트33’을 내놓으며 중국에 대한 해군력의 장기적 우위 강화를 위해 함정과 잠수함 등의 유지 보수 지연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리사 프란체티 미 해군 참모총장은 “소수의 외국 조선소에서 매우 짧은 기간에 유지 보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핵심은 ‘최고의 성능에 낮은 건조 비용’, 이에 가장 잘어울리는 것이 한국형 이지스 군함을 개발한 한국 방산 조선업이었다.

이런 차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미국의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차기정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약속받은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보다 앞선 6월21일 한화그룹과 그 계열사인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필리조선소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며 미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맡고 있다. 이번 인수로 한화가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현지 조선업체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미 함정 MRO 규모만 연간 20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체들의 미국 현지 진출이 사실상 어렵다고 분석한다. 그 이유는 조선업의 특성상 협력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메가경재와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소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다양한 부품과 장비를 수많은 협력업체들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며 “이러한 협력업체 네트워크는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와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며, 단기간에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업은 설계부터 건조, 인도까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며 “이 과정에서 설계 변경이나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협력업체들을 모두 데리고 갈 수는 없다”며 “이는 곧 생산성 저하와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미국 제조업 근로자들은 한국과 비교해 성실성 등에서 의문부호가 붙는다. 

실제 미국 현지 전문가들도 존슨법을 개정해 외국에서 미 해군 함정을 생산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헨리 해거드 전 주한미국대사관 정무공사는 “차기 미국 대통령과 의회가 미국의 조선업을 구하고, 미래에 군사 및 화물용으로 필요한 선박을 공급할 역량을 보존하려면 선박을 미국 밖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존스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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