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㊷ 무균 세상이 바람직한가?

김송호 / 기사승인 : 2022-07-17 17: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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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19 팬더믹을 거치면서 세균, 특히 바이러스에 대한 적대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아지고,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그 원인인 바이러스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손 세정제를 활용해 무균 상태가 되도록 손을 씻어야 한다는 수칙이 강조되면서 세균은 없어져야 마땅한 존재라는 인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하지만 손 세정제를 사용하면 코로나를 방지하는 효과도 크지만, 세정제로 인해 손 피부에 손상을 입고, 피부에 서식하고 있는 유익한 세균총을 없애는 등 부작용이 커진다는 사실은 무시되게 된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이처럼 널리 퍼지고 있는 세균 혐오 분위기에 편승하여 최근 ‘살균 99.9%’라는 문구가 달린 제품들이 우리 주위에 넘쳐나고 있다. 예를 들어 입속 세균을 99퍼센트 없애준다는 구강 청결제품이 마치 모든 구강 질병을 없애주는 것처럼 홍보되고 있다. 반면에 입안의 질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구강 내의 유익한 세균들을 구강 청결제가 없애버리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무시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세균이 무조건 박멸되어야 하는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근본적으로 무균, 즉 세균이 전혀 없는 세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이성적이고 과학적으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멸균 또는 무균 세상이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해롭다는 것을 여러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이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균의 99퍼센트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익한’ 세균, 다시 말해 우리 건강을 증진시켜주는 동맹군이다.

따라서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 세균을 막으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철저한 개인위생이 오히려 유익한 세균을 없애고,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줄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청결해진 현대식 생활로 인해 면역계와 세균이 접촉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접촉하는 시기도 지연되고 있다. 우리 면역계는 세균과 접촉함으로써 훈련되고 강화되는데, 청결해진 현대식 생활로 인해 표적인 세균이 점차 사라지면서 면역계가 강화될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 각종 알레르기와 자가면역 질환의 급격한 상승, 심장병과 암, 심지어 자폐증의 증가 추세다. 피부염,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으로는 ‘면역의 오작동’, 즉 자가면역 질환이 지목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 10명 중 2명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고 한다. 1960년대에는 없었던 아토피란 질병이 나타난 이유로 화학제품의 사용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또 다른 원인으로 청결해진 현대식 생활, 즉 유익한 세균과의 접촉 부족이 거론되고 있다. 깨끗한 고급 아파트 단지의 실내 놀이터에서 혼자 뛰어노는 아이에 비해 농촌의 흙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공간에서 여러 형제와 뒹굴고 노는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에 덜 걸린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균과의 전쟁에서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항생제다. 하지만 항생제가 특정한 감염을 치료할 수 있어도, 항생제를 자주 또는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감염에 더욱 취약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가 항생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면 천식, 습진,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늘어난다.

또한 항생제가 비만율을 올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적은 양의 항생제를 소에게 먹이면 살이 찌게 되는데, 항생제가 지방 신진대사를 도와 정상적인 장내세균을 몰살시키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의 비만율이 높아지는 이유로 영양과다 섭취 외에 항생제의 남용에 의한 장내세균의 감소 또는 불균형을 꼽는 이유다.

이처럼 인류가 세균을 적으로 간주하는 이유로는 세균이 인간의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균을 인간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모든 생물종의 최상위에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인간이 진화단계의 최하위에 있는 세균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미워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 항생제, 백신, 치료제를 통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균, 특히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통제에서 벗어나니 얼마나 얄밉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 세균을 인류, 아니 자연계 번영을 돕는 동반자로 여기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균과 같은 단세포생물을 거쳐 다세포생물인 인간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인간이 세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진화론적 우월감을 버려야 한다. 세균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뿐만 아니라 무생물까지도 서로 상생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진화론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김송호 칼럼니스트]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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