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⑰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패러다임 전환

김송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06-08 16: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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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연료 고갈에 대비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과 시장 형성에는 긴 시간이 필요한데 반해, 화석 연료 고갈에 따른 고유가와 화석 연료 확보 전쟁은 단기간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단순히 필요한 기술 개발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화석 연료를 값싸고 풍부하게 사용할 때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유지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속도가 더뎌지고, 더 나아가 방향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더뎌지고 있는 이유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패러다임 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그렇다면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우선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의 중앙집중식 대량 에너지 배분 방식을 버리고 지역 분산형 소규모 에너지 배분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원자력, 석탄 화력 등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된 대량의 전기를 송전선을 통해 필요한 곳으로 멀리 보내는 현재의 중앙집중식 방식으로는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기가 힘들다.

현재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소량 생산되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면에 원자력이나 석탄 화력 발전은 그 주변 지역의 수요량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먼 지역으로 송전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생산된 전기를 주변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송전에 의한 손실(약 30퍼센트)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 신재생 에너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생기게 된다.

태양광 발전에 의해 생산된 전기는 직류여서, 송전을 위해서는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꾸고, 승압을 시켜야하기 때문에 시설비도 추가로 들어가고 전기 손실도 생기게 되는데, 주변 지역에서 바로 사용하면 이런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 의한 전기 생산은 자연 조건에 의해 공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전기 생산이 일정하지 않고, 예측하기가 곤란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 의해 생산된 전기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모자라는 전기는 발전사로부터 공급받고, 남는 전기는 필요한 곳으로 보낼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문제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주체들이 스마트 그리드를 개발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고, 실제로 스마트 그리드의 사용 주체인 발전사들도 스마트 그리드를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성장 위주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는 결국 화석 연료를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할 때에 비해 GDP를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화석 연료를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할 때에는 송전 설비에 투자가 들어가고, 송전 시에 발생하는 전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전기를 그만큼 더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GDP가 높아지게 된다.

반면에 신재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이 개발되면 전기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어 결국 GDP는 감소하게 된다. 물론 원리적으로는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지만, 매출 감소를 바라지 않는 발전사 입장이나, GDP가 낮아지길 바라지 않는 경제부서의 입장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은 일이다. 현재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필수 전제 조건인 스마트 그리드 개발이 흐지부지 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발전사가 주도하도록 하고 있는 한국의 정부 정책도 바뀔 필요가 있다. 발전사의 입장에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게 되면 매출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반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이 곧 발전사 자신의 목을 조르는 일인데 앞장 설 리가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마치 무인자동차 개발을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인터넷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는 현상과 비교할 수 있다. 무인자동차가 일반화되면 현재의 자동차 회사는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무인 자동차는 단순히 편리하다는 점을 넘어서 자동차의 소유 시대에서 공유 시대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자동차 생산 대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그 결과 자동차 회사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무인자동차를 반기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화석 연료로 발전하는 발전사들이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는 한계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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