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장찬걸 기자] 경제지표와 괴리해 체감경기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원인이 청년들과 중소기업이 느끼는 고통 때문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11일 한국은행의 김형석 차장과 심연정 조사역은 '경제 내 상대적 격차에 따른 체감경기 분석' 보고서를 통해 "상대체감지수는 금융위기 직후까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대체로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2014년부터 뚜렷하게 하락하는 모습이다"라고 밝혔다.
![[사진= 한국은행 제공]](/news/data/20190211/p179565861947236_837.jpg)
김 차장은 “체감경기 회복을 위해 경제주체 간 상대격차 축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청년층 고용여건을 개선하고 대기업·중소기업간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체감지수는 지난 2017년 3분기 마이너스(-) 0.8로 저점을 찍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당시보다도 낮은 것을 물론, 분석기간(2000~2018년) 가운데 가장 낮다. 2017년 이후에도 비슷하게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상대체감지수는 업종별 소득 격차, 업종별 생산격차, 전체 취업자·청년 간 실업률 격차, 생활물가·소비자물가 간 격차, 기업 규모 간 가동률 격차 등 다섯 가지 변수를 가중평균한 체감 경기 지수다.
최근 상대체감지수가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원인으로는 청년실업 악화가 첫 손에 꼽힌다. 15~29세 청년실업률과 전체실업률을 비교해보면 2013년부터 청년실업률이 전체실업률보다 높아지기 시작했고 그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청년실업률이 오히려 전체실업률보다 낮아 상대체감지수를 개선하는 요인이었던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보고서에 자체 분석된 실업률격차는 2017년 4분기 최저 수준(-0.291)을 기록했다.
![청년실업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190211/p179565861947236_205.jpg)
한은 관계자는 “청년실업이 높으면 청년들뿐 아니라 온가족이 걱정하게 된다”며 “청년들의 고통이 커지면 전체 체감경기가 나빠진다고 해석해도 무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눈물도 체감경기 전반을 악화시킨 주 요인이었다. 고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업황이 악화될 경우 체감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탓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동시에 대기업의 해외생산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제가 순항중이어도 중소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체감경기가 부진해졌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LG전자가 2015년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단지를 조성했고 기아자동차는 2016년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했다. 2017년에는 한국타이어가 미국에 공장을 설립했다”며 “이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경기지표는 좋아진다는데, 나는 힘든 것 같다"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것이어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객관적 경기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상대체감지수는 낮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모두 새기고 상대체감지수 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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