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항공사 '국제선 퇴출'… 1년간 운수권 배제 초강수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5-12-31 09: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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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항공사 안전 규제 칼 빼들어... 항공업계 '초긴장'
국토부 "항공사 안전운항 및 안전역량 강화 될 것"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정부가 항공안전 규제를 전면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전격 시행한다. 사망사고를 일으킨 항공사에 대한 실질적 제재와 함께, 노선 확장 단계부터 안전 역량을 엄격히 검증하는 사전 예방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30일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과 '항공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발표한 '항공안전 혁신 방안'의 후속 조치로 추진됐으나, 지난해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참사로 시급성이 더욱 부각됐다.
 

▲ 국토부가 항공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중대 사고 발생 항공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다. 사망자가 발생한 항공사는 사고 후 1년간 국제선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다. 해당 기간 중 추가 사고나 준사고가 발생할 경우 배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는 사고 항공사의 국제선 신규 취항이나 증편을 최소 1년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로, 항공업계에 상당한 경영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다만 기존 운항 중인 노선은 유지할 수 있어 즉각적인 사업 중단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운수권은 항공사의 성장 동력이자 수익성 개선의 핵심 수단"이라며 "1년간 배분 대상에서 제외되면 경쟁사 대비 노선망 확대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 실질적 제재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운수권 배분 평가 기준도 안전 중심으로 전면 재편된다. 안전성 관련 배점이 기존 35점에서 40점으로 확대되며, 특히 항공기 대수 대비 정비인력 확보 현황이 핵심 평가 지표로 부상했다.

이는 항공사들의 정비 부문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그간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공격적인 노선 확장에 주력하면서 정비인력 확보는 최소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재무 건전성 악화 항공사에 대한 감점을 확대하고, 난기류 대응 노력과 해외 정비의 국내 전환 여부도 평가 항목에 새로 포함시켰다. 안전은 충분한 재무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비인력 확충과 국내 정비 전환은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안전성 제고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보험료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허가 단계의 안전성 검토도 대폭 강화된다. 국적 항공사가 신규 정기 노선을 개설할 경우, 기존에는 운항 직전에 실시하던 안전성 점검을 노선 허가 단계로 앞당긴다. 항공기 정비시설과 항공종사자 확보 현황 등을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부정기편 허가 절차 역시 정기편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다만 총 8회 미만 운항하는 소규모 부정기편은 사업자 부담을 고려해 예외를 뒀다.

동·하계 시즌별 정기사업계획 변경 시에도 개별 노선이 아닌 시즌 전체 운항 규모를 기준으로 항공기 도입 계획과 항공종사자 운영 계획의 적정성을 종합 검토한다. 이는 일부 항공사들이 성수기에 무리하게 운항 편수를 늘리면서 안전 여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항공업계는 이번 규제 강화로 노선 개설 준비 기간이 늘어나고 관련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직후 전격 시행된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항공업계는 수용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는 이미 충분한 안전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다만 LCC들은 추가 비용 부담과 사업 확장 속도 조절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안전 강화 기조 자체에는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참사 이후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 인식"이라며 "단기 비용 증가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번 법령 개정으로 항공사들이 안전 운항에 더욱 만전을 기하도록 유도하고, 개별 항공사의 자체 안전 역량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성장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는 이번 규제 강화를 계기로 '저비용·고성장' 중심의 사업 전략에서 '안전·지속가능성'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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