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명백한 오류"....평가원 "전원 정답 처리"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12-16 02: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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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대로 계산하면 동물 개체 수가 음수”…수험생들 주장 인정
출제오류 인정 수능 7번째·문항으로는 9번째...오류 논란 되풀이
바뀐 성적으로 1등급 40명·2등급 79명 감소...이과 상위권 ‘들썩’
평가원, 항소 안하기로…강태중 평가원장 “책임 절감하고 사퇴”

법원이 출제오류 논란을 빚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명백한 오류”라며 정답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평가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으며 해당 20번 문항은 전원 정답 처리됐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15일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 15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응시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재판부는 "이 사건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을 사용해 동물 집단의 개체 수를 계산할 경우 특정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로 나타난다"며 "동물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일 수 없어 이 문제에는 주어진 조건을 충족하는 집단 Ⅰ·Ⅱ가 존재하지 않는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문제에 명시한 조건 일부 또는 생명과학 원리를 무시한 채 답을 고르라는 것”이라며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과 그러지 않은 수험생 사이에 유의미한 수학능력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한 ”만약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하면 수험생들은 앞으로 수능 과학탐구 영역에서 과학 원리에 어긋나는 오류를 발견해도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출제오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전원 정답 처리됐다. 평가원은 성적을 재채점하고 이날 오후 6시부터 수험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수험생 진학 지도를 위해 이미 배포했던 ‘영역·과목별 등급 구분 표준점수 및 도수분포’ 자료도 생명과학Ⅱ 과목의 재채점 결과를 반영해 다시 배포됐다.
 

▲ 생명과학Ⅱ 등급 구분 표준 점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해당 20번 문항이 전원 정답 처리되면서 평균이 올라가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69점에서 68점으로 1점 떨어지고 최고점자 수는 6명에서 13명으로 늘었다.

1등급 커트라인(컷) 표준점수는 65점에서 66점으로 올라갔으며 1등급 학생 수는 309명에서 269명으로 40명 줄었다. 2등급 컷은 그대로 63점이나 학생 수는 508명으로 79명 감소했다. 3등급 컷은 그대로 60점을 유지했으나 학생 수는 746명으로 109명이 증가했다.

결국 1, 2등급을 받은 학생 수는 119명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이과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올해 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시는 물론이고 수시 전형의 경우에도 상당수 대학이 수능 최저기준을 두고 있어 이를 맞추지 못한 학생이 추가로 발생했을 수 있다.


앞서 소송을 낸 수험생들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지문에 따라 계산하면 집단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가 있어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아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 선고 전까지 정답의 효력을 정지하도록 집행정지를 결정했고, 입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소송이 접수된 지 13일 만인 이날을 선고 기일로 지정했다.


법원의 판결로 2017학년도 이후 5년 만에 수능에서 복수 정답이 나왔다. 

1994학년도부터 수능이 처음 치러진 이후 ‘복수 정답’이나 ‘정답 없음’이 인정된 공식 출제오류 사례는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0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 2017학년도에 이어 이번이 7번째 수능이고 문항 수는 9번째이다.

법원의 판단에 의지하게 된 것은 2014학년도 수능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세계지리 8번 문항 논란은 수능이 치러진 지 10개월 지나 2심 판결이 날 때까지 이어졌다.
 

▲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강 원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연합뉴스]

강태중 평가원장은 이날 법원의 판결 직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재판부의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무엇보다도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학교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이 빚어진 데 대하여 더 통렬하게 성찰하고 새로운 교육평가기관으로 거듭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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