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Talk] 혈액암, 유전병 아닌 ‘후천적 유전자 변이’가 주원인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9 08:48:38
노화·환경 요인 복합 작용… 혈액검사 수치 변화 주의해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혈액암은 흔히 가족력이나 유전적 요인과 연관돼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발병 과정에서 발생한 유전자 변이로 인해 생기는 후천적 질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서정호 교수는 “혈액암은 유전자 이상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질환과는 명확히 구분된다”고 말했다.
 

▲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서정호 교수


혈액암은 혈액이나 림프계에서 암세포가 발생해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성을 방해하는 질환으로, 발생 부위에 따라 골수계와 림프계로 나뉜다. 또 문제되는 혈액세포의 종류에 따라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으로 구분된다.

서 교수는 “혈액암의 주요 원인은 암 관련 유전자 변이로, 대부분 세포 분열 과정에서 DNA에 생긴 후천적 변화”라며 “정자나 난자 단계에서 이미 존재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유전병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유전병은 생식세포 단계에서 발생한 유전자 변이로 인해 가족 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의미한다. 암 가운데서는 BRCA1·2 유전자 변이에 따른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가족이 유사한 생활환경과 식습관을 공유하면서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일부 고형암과 달리, 혈액암은 가족력보다는 노화와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교수는 “후천적 유전자 변이를 유발하는 요인은 방사선 노출, 항암제나 벤젠과 같은 화학물질, 흡연과 음주, 비만, 운동 부족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 고령에 따른 DNA 손상 축적과 복구 능력 저하 등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 혈액검사 분석표. [사진=경희대병원]

특히 다발골수종은 전체 환자의 80% 이상이 고령층으로, 대표적인 노인 혈액암으로 꼽힌다. 일부 백혈병이나 림프종이 소아·청년층에서도 비교적 발생 빈도가 높은 것과 달리, 다발골수종은 50대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해 80세 이상에서도 활발히 진단되고 있다.

혈액암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빈혈이다. 어지럼증보다는 기운 저하, 숨참, 집중력 저하가 더 흔하며, 원인 없는 발열과 체중 감소, 잦은 출혈이나 멍, 비장 비대에 따른 복부 불편감, 림프절 종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서 교수는 “평소와 다른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혈구 검사(CBC)와 같은 기본적인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수와 형태를 확인하는 간단한 검사지만, 수치 이상은 증상이 거의 없는 초기 혈액암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양 형태가 없이 전신을 순환하는 혈액암의 특성상, 암의 크기보다는 혈액검사 수치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 건강검진 결과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조기 발견과 예방적 관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혈액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지만, 치료 성적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항암화학요법, 조혈모세포이식, 면역세포치료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는 만큼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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