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원장은 당시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국회 정보위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요구)하면 비공개를 전제로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여야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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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
국정원은 이날 보고에서 사찰 대상 인원에 대한 공식 확인은 하지 않았으며, 여당이 요구한 사찰 문건 목록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당은 상임위 차원의 의결을 통해 목록을 제출받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정원법 개정으로 정보위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국정원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이날 박 원장은 사찰성 정보 선공개 요구와 관련, "공공 기록물법에 따른 기록물이고, 제3자 개인정보가 포함된 비공개 기록이라 당사자가 아닌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8대 국회의원 당사자의 (정보공개) 청구가 있을 경우 관련 법과 판례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박 원장은 당시 MB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경선후보가 사찰에 관여했을 가능성과 관련해선 "당시 정무수석실 또는 박형준 수석이 관여돼 있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불법 사찰이 지속됐을 가능성과 관련해선 "중단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지속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원장은 불법사찰 자료 폐기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며 "만약 국회에서 관련된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그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정보공개 판결 이후 내부에 전담 정보공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는 국정원은 이달 15일까지 총 151건의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됐으며, 부분공개 17건, 보완 요청 또는 정보 부존재 93건 등 110건을 종결 처리하고 현재 나머지 41건을 처리 중이라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민주당 진선미 의원, 통합진보당 대표를 지낸 이정희 전 의원 등이 자료 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MB정부 당시 불법 사찰 의혹을 정조준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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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
이낙연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과 법조인, 언론인, 연예인,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1천여명의 동향을 파악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돈 씀씀이 등 사생활까지 사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 국세청, 경찰 등으로부터 정치인 관련 신원정보 등을 파악해 국정원이 관리토록 요청한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며 "오래전 일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덮어놓고 갈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16일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국회의원과 각계 인사 1천여명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 "고(故) 노회찬 전 의원도 불법사찰의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은 아연실색하게 한다"며 "이 정도면 빅브라더의 현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비판하며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인 범죄행위 의혹을 덮어두고 가자는 것은 국가범죄를 은폐하는 것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여야와 진영을 떠나 진상 규명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15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이미 오래전 유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국정원의 정치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말하며 "국정원이 불을 지피고 여당 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거대한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박지원 국정원장을 가리켜 "'정치적 술수의 대가'로도 알려져 있다"며 "정치적 술수가 한발 더 나아가면 정치공작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슬퍼런 임기초반의 적폐청산에도 드러나지 않던 문건이 선거 직전에 짠 하고 등장했다. 그것도 익명의 국정원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려서. 이것은 국내정치 개입 정도가 아니라 선거를 위한 정보기관의 정치공작이다"고 했다.
민주당은 재보선용 의혹 제기라는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대해 "국민 수준과 동떨어진 음모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국정원에 본인 당사자 파일을 제공하라는 판결을 했고 그 결과 확인되고 있는 것이어서 재보선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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