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소득자 노조의 밥그릇 사수기?"… 국민은행 파업 논란 가열

강한결 / 기사승인 : 2019-01-13 20: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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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KB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8일 19년 만에 총파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총파업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파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은 평균 연봉이 9100만원인 은행 직원들이 더 높은 성과급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고객 편의를 볼모로 삼았다며 신랄한 비판을 남겼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파업 선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가 사측에 주말 집중 교섭을 제안, 사측이 이를 받아들여 또 다시 합의점 찾기에 나섰다.


다만 노조는 이번 주말 교섭에도 실패한다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월 말로 예정된 2차파업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들의 파업이 대다수 시민들에게 정당한 명분이 아닌 단순한 '밥그릇 지키기'로 비쳐졌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찾기 위한 ‘절박함’보다는 고용절벽 시대에 이권을 지키기 위한 모습으로 보였다.


특히 시민들은 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9100만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인상'을 위해 고객 편의를 저버린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오히려 파업의 역설도 부각됐다. 다수의 직원이 파업에 동참했지만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로 파업 당일 대다수 고객이 모바일로 손쉽게 업무를 처리했다. 이에 일각에선 은행 인력을 더 감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은행 거래 상당수가 인터넷·모바일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되면서 ‘은행 무인화’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1차 총파업이 끝난 9일 오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입구에 '고객님께 올리는 감사의 말씀'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KB국민은행 1차 파업이 끝난 9일 오전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입구에 '고객님께 올리는 감사의 말씀'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여기에 금융권을 좋지 않게 평가하는 부정적인 의견도 급증했다. 독과점 시장을 기반으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이자 간 차이로 인한 수익)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강성노조와 경영진의 갈등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정규직 은행 직원들이 파업한 날에 고초를 겪은 건 비정규직인 영업점 보안직원과 콜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이번 파업 역시 정규직의 '밥그릇 챙기기'가 우선이고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물론 파업에 참여한 은행 직원을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매년 10억원 넘는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 직원들도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측의 지나친 성과주의 역시 이번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시민들은 국민은행 파업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예대마진에 기반을 둔 안정적 수익 구조에 취해 혁신에 미흡하고, 주주 등에 지급하는 배당 등에 인색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현재 국민은행 노조가 가장 새겨야 할 말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일 것이다. 성과급 인상 등 눈앞에 보이는 것에 계속해서 욕심을 내다보면 고객의 믿음이라는 큰 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


최근 드러난 채용비리 사건 등으로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양측은 이번 파업을 끝으로 노사 간 갈등이 기득권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고객이 있어서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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