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현대제철 비정규직 '쟁의권' 확보…파업보다 협상 압박 카드에 무게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1-19 14:20:58
중노위 조정중지·조합원 80% 찬성 속 법적 요건 충족…업계 "절차적 단계"
새 집행부 출범 이후 원청 교섭 태도가 향후 노사 국면 가를 '분수령'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직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 가결 절차를 마무리하며 노사 갈등이 공식 국면에 들어섰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즉각적인 파업으로 이어질 분쟁 격화보다는 향후 교섭을 염두에 둔 법적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조합원 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가결했지만업계에서는 이번 절차를 노사 분쟁의 실질적 격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행 노동관계법상 쟁의권 확보를 위한 필수 요건을 충족하는 과정의 단계라는 점 때문에서다.

 

▲지난 2021년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전국 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쟁의 행위 가결이란 노조와 사측과의 임금·근로조건 등에 관한 교섭이 결렬됐을 때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법적 자격'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쟁의행위와 관련해 실제 파업이나 작업중단 등 쟁의행위의 구체적인 방식과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1월 26~27일 예정된 노조 집행부 선거 이후 새 지도부가 구성된 뒤에야 향후 노사의 대응 전략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노조는 새 집행부 출범 이후 원청에 다시 한 번 교섭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전날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합원 2080명 가운데 1680명이 쟁의행위를 찬성해 찬성률 80.8%로 가결했다. 

 

투표 참여율은 89.8%에 달해 조합원들의 많은 참여도를 보였다. 노조 측은 이를 근거로 원청인 현대제철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쟁의행위 가결의 전제에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이 한 몫했다. 

 

현대제철 원청은 지난해 12월 세 차례 열린 중노위 조정회의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고 중노위는 더 이상의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이로써 비정규직지회는 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됐다.

 

중노위 측은 "원청인 사측이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조정안 도출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정 과정에서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나 교섭 대상의 여부를 공식적으로 다툴 기회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정중지 결정은 제도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정부는 노사 간 자율 교섭 원칙을 재확인하며 중재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노사 대화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개별 사업장의 교섭 구조나 쟁의 여부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철강업계와 재계에서는 이번 쟁의행위 가결을 두고 ‘절차적 단계’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행법상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위해서는 중노위 조정 절차를 거친 뒤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가결을 얻어야 하며 이번 투표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통상적인 수순이라는 것이다. 

 

즉, 이번 가결 자체를 두고 노사 갈등이 즉각적으로 격화되거나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쟁의권 확보를 위해 조정중지 이후 조합원 투표를 거치는 것은 제도적으로 예정된 과정"이라며 "이번 결과만으로 노사 관계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관건은 원청의 교섭 대응과 노조 집행부 구성 이후의 전략적 변화"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현재 공식적인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와 경기 불확실성,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조선·건설 경기 변동과 맞물린 철강 수요 전망, 탄소중립 대응 투자 등 중장기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생산 차질 가능성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쟁의행위가 실제로 현실화될지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단하기보다는 노사 간 추가 협의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쟁의행위 가결은 법적 요건을 충족한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향후 노사 관계의 향방은 교섭 재개 여부와 새 노조 집행부의 선택, 그리고 원청의 대응 기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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