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가 쏙쏙 과로사 산재보상]② "충분한 휴식 취했어도 1차 재해 기준으로 판단해야"

김태윤 / 기사승인 : 2020-09-08 11: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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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0년 5월 28일에 선고된 대법원 2019두62604 판결을 살펴본다.

근로자가 과로로 쓰러지고 난 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쓰러져서 사망에 이르렀다면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첫 번째 쓰러졌을 때, 즉 1차 재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한다는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망인은 2010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홍일산업 소속 근로자로 일하며 공장과 야적장에서 PVC파이프를 2인 1조로 30분단위로 포장하여 상하차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였다. 

 

▲ [사진= Pixabay]

망인의 교대근무를 보면 약 2주간 휴일 없이 연속으로 주간근무를 하고 2일간 휴식 후 약 2주간 휴일 없이 연속으로 야간근무를 하고 2일간 휴식 후 다시 약 2주간 주간근무 하는 것을 반복하는 형태였는데, 주간 근무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11시간 30분, 식사 및 휴게시간 포함) 야간 근무시간은 오후 7시부터 오전 7시 30분까지(12시간 30분, 식사 및 휴게시간 포함)였다.

그러던 중 2018년 2월 8일 오후 8시 40분경 주간근무를 마친 후 숙소에서 휴식 중 심혈관 흉통으로 심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동료근로자의 신고로 119응급차로 급히 병원으로 후송되었는데(이하 ‘1차 재해’라 함) 당시 병원으로부터 협심증이 의심된다는 등의 이유로 입원권유를 받았으나 개인사정으로 퇴원하였다. 

 

이후 11일간 집에서 요양한 후 2월 20일 오후 5시 40분경 야간근무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2월 22일 오후 6시 38분경 야간근무를 하기 직전 기숙사 내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된 직후 오후 7시 45분경 사망하였다(이하 ‘2차 재해’라 함).

대법원은 원심 고등법원의 판결을 깨고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 1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라면, 그 후 발생한 2차 재해는 1차재해의 악화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충분한 점, ▲ 2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1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인지와 1차재해 당시 객관적으로 과로 상태였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점, ▲ 1차 재해 당시 망인은 만 62세 고령으로 7년 8개월 동안 12시간씩 2주 간격으로 반복되는 교대제 근무를 통해 이미 육체적·정신적 피로상태에 있었던 점, ▲ 특히 교대제 근무가 취침시간 불규칙과 수면부족, 생활리듬 혼란을 유발해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 점, ▲ 1차 재해 이전에는 망인에게 별다른 이상이 없이 근무하였기에 기존 질환이 위중해서 자연적으로 진행되어 급성 심장사를 일으켰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 결국 심혈관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장시간 교대제 근무로 과로가 누적됐고, 야외 작업에서 겨울 추위에 노출된 점이 기존 질환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1차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살피건대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1차 재해 발생 후 2주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망인은 2차 재해 발생 당시 객관적인 과로 상태가 아니라는 고등법원의 단절된 판단과 달리 1차 재해와 2차재해의 인과관계에 더 초점을 맞춘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망인이 1차 재해 후 휴식을 충분히 취하였다고 하여 이후 두 번째 재해와 과로의 연관성을 소극적으로 본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상에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편향적으로 해석한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노무법인 산재 강원영월지사장 공인노무사 김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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