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⑨ 원자력 발전이 기후 변화를 막아주는가?

김송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03-23 14: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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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의 지진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핵 누출로 인한 재앙은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를 옥죄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수산물에 대한 거부감과 더불어 혹시 한국의 어류에도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일본 정부에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하여 주변 국가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계 각국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대 여론에 직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원자력 발전은 안전성만이 문제일까?

 

최근 한국에서도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는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측은 원자력발전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즉 원자력 발전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완전히 개발될 때까지 과도기적 기술로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원자력 발전이 온실 가스를 저감하는 기술일까?
 

▲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도쿄전력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소의 모습. 2016년 3월 촬영한 모습으로 단계적 폐로 작업이 진행중이다. [교도=연합뉴스]


이번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에 냉각장치가 물에 잠겨 가동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냉각장치 문제로 이렇게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열을 냉각시키기 위해 냉각수가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들이 대부분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한 가지도 바로 바닷물을 대량의 냉각수로 가장 싸고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방형 원자력 발전의 경우 1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때 9만 5000리터에서 23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냉각수가 이렇게 많이 필요한 이유는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된 열의 30퍼센트 정도만 전기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냉각수에 전달되어 외부로 방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냉각 과정에서 1700리터 내지 3300리터 정도의 물이 증발하여 날아가는데, 이렇게 날아간 수증기가 이산화탄소보다 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된다. 

 

화석 연료를 연소하지 않아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발생하는 수증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에는 더 큰 악영향을 주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산화탄소보다는 수증기가 몇 십 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그 외에도 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우선 원자력 발전에 냉각수로 사용됐던 바닷물은 대략 6도 정도 온도가 높아져서 외부로 방출되는데, 높아진 수온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높아진 수온으로 인해 조류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변 생태계를 교란하게 되고, 또 성장한 조류가 냉각수 입구를 막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함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채취에서부터 최종 부산물 처리까지 문제가 없는 부분이 없을 정도다. 천연 우라늄은 광석 속에 극소량 포함되어 있을 뿐이고, 우라늄의 대부분의 성분은 핵분열하지 않는 우라늄 238번이며 연소되는 우라늄 235는 극히 소량이다. 그러니 소량의 우라늄 235를 채취하기 위해 엄청난 양(대략 3000배)의 광산 폐기물이 발생되고, 광산 폐기물 중에 방사능이 방출되는 우라늄 235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채취된 우라늄 235는 농축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도 폐기물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엄청나게 소모(1만 배의 석유 소요)하게 된다. 그러니 단순히 원자력 발전이 우라늄만 넣으면 저절로 전기가 생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이 싼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국가가 거액의 보조금을 다양한 명목으로 투입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원자력 발전을 하고 남은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원자로는 투입된 우라늄에 내재된 에너지의 1퍼센트만을 사용한 후 폐기된다. 사용 후 핵연료에는 플루토늄이 1.4퍼센트, 타지 않은 우라늄과 고방사성핵종이 95.6퍼센트 섞여 있다.

아직까지도 핵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기술은 없다. 고작 방사능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밀봉해서 보관해 놓는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면 핵폐기물을 재처리해서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핵폐기물 재처리는 경제성 문제와 더불어 핵무기 개발 염려 때문에 그리 쉬운 해결책이 아니다. 한국은 아직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보관소)이 확보되지 않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 왜 원자력 발전을 저탄소 녹색 성장의 해결책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을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원자력 발전 기술이 선진국들의 전유물이고,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핵무기와도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력 관련 기술은 선진국들이 통제하기 쉬운 명분도 주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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