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이상원 기자] 전 세계에서 AI 패권 전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우리나라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지금처럼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수행한다면 5년 내 AI 초강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형철 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은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GPU 26만 장은 중형 AI 데이터센터를 5개 짓고도 남는 양”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지금처럼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수행한다면 5년 내 AI 초강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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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형철 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 [사진=메가경제] |
주형철 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SK 커뮤니케이션즈 최고경영자(CEO), NHN NEXT 부학장,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통신망에서 IT, 인공지능망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기술 리더십의 연속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2009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시절, 자연언어처리기술을 활용한 시맨틱 검색엔진을 출시하는 등 한국형 소셜 네트워크와 AI 융합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AI는 새로운 전기(電氣)로 산업의 기반이고, 국가의 인프라”라며 “AI 중심의 산업전환은 기술혁신이 아니라 경제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국가전략을 산업정책의 최상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주형철 전 기획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AI 중심의 새로운 국가 성장전략'과 기술·경제·교육이 융합된 AI국가 비전에 대해서 들었다.
-1980년대 통신엔지니어로 시작했다. 당시 현장은 어땠나
그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은 통신의 불모지였다. 하지만 CDMA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세계 최초 WCDMA 상용화까지 이루어냈다. SK텔레콤에서 네트워크 설계, 무선데이터 구축, 위성통신 등 수많은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경험'을 했다. 그때 배운 건, 기술혁신의 본질은 도전, 협력, 끈기라는 점이다.
-올 초 발표한 '성장우선(Growth First)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AI와 자본투자를 결합한 '생산성 주도 성장모델'을 제시했다. 인구가 줄어도 AI가 노동생산성을 대체하고, 데이터가 새로운 자본이 되는 구조죠. 핵심은 ABCDEF, 즉 AI·Bio·Culture·Defense·Energy·Factory 여섯 축이다.
AI 중심의 산업전환은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니라 경제 체질 개선이다. 미국은 빅테크가 국가 경쟁력을 이끌었고, 중국은 데이터 주권으로 AI 산업을 확장했다. 한국도 이제 'AI국가전략'을 산업정책의 최상위로 끌어올릴 시점이다.
-AI 기술을 기업 현장에서 일찍부터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9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시절, 자연언어처리기술을 활용한 시맨틱 검색엔진을 출시했다. 당시로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초기 단계의 인공지능 응용이었다.
당시 구글조차 키워드 기반 검색이 주류였는데, 우리는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문맥 기반 검색을 구현했다. 지금의 생성형 AI로 이어지는 자연어 이해 기술의 원형이었다.
사업적인 성공도 거두어서 큰폭의 흑자전환을 이루었다. 이후 싸이월드·네이트온·싸이메라로 이어지는 글로벌 오픈플랫폼 전략을 통해 한국형 소셜 네트워크와 AI 융합의 토대를 마련했다.
◆AI 새로운 초고속망…10만 GPU 국가 클라우드센터 필요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신년 세미나에서 국가 주도로 10만 개의 GPU를 보유한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는 데이터와 연산력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 차원의 대규모 AI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제안했다. 10만 장 규모의 GPU를 기반으로 한 국가 AI 클라우드센터를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AI 데이터 허브, AI 샌드박스(실험 공간), AI 교육 플랫폼을 연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간이 주도하되,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프라와 공공 데이터 영역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초고속통신망이 대한민국을 IT 테스트베드 국가로 만들었듯, AI 시대에는 '전 국민이 AI 활용 전문가가 되는 나라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GPU 자원, 데이터, AI 개발 툴, 그리고 교육 플랫폼을 통합 지원하는 AI 교육·Tool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K 소버린 AI' 구상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K 소버린 AI는 '대한민국의 주권형 인공지능'이다. 국가가 반드시 직접 보유해야 할 3대 AI 분야는 국방·교육·의료다. 국방 AI는 자율방어와 사이버전 대응, 교육 AI는 개인 맞춤형 학습혁신, 의료 AI는 생명보건 주권 확보의 핵심이 된다.
이런 K 소버린 AI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인력이 민간으로 지식 공유(spillover·스필오버) 되면서 전체 AI 산업의 성장도 촉진할 수 있다. 즉, 공공부문이 씨앗을 뿌리고, 민간이 꽃을 피우는 구조입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재편 전략이다.
-전 국민 AI 교육과 인재 양성도 강조했다.
△AI 시대에는 '디지털 문해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초·중등 교육부터 대학, 직업훈련까지 전 주기적 AI 교육체계가 필요하다. AI 클라우드센터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와 툴을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과거 인터넷 시대의 초고속망이 개인을 연결했다면, 이제 AI 시대에는 '사람의 학습망'을 연결해야 한다. 전 국민이 AI를 실험하고, 창의적 활용을 시도할 수 있는 국가 AI 테스트베드가 바로 그것이다.
-피지컬 AI를 핵심으로 제시했다.
△흔들리는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AI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도 피지컬 AI는 필수다. 우리나라가 가진 산업적 강점을 십분활용해 '피지컬AI'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
자동차, 로봇, 드론 더 나아가 모든 공장의 기계들까지 AI 클라우드센터에 연결돼 데이터를 모으고 AI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화망, 6G를 비롯한 네트워크 고도화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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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형철 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 [사진=메가경제] |
-한국의 AI 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다고 보나?
△현재 한국은 미국, 중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지난달 31일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인공지능(AI) 동맹'이 구축됐다.
정부와 삼성·SK·현대차는 각 5만 장, 네이버는 6만 장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 국내에 있는 고성능 GPU 4만5000장의 5배 이상이 2030년까지 우선 공급되는 것으로, 인프라 부족에 허덕이던 국내 AI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숫자적으로 보면, 한국에 공급되는 GPU 26만 장은 영국(12만 장), EU(10만 장)보다 많은 숫자다. 보통 중대형 AI 데이터센터에 GPU 5만 장이 탑재되는데, 26만 장이라는 규모는 이런 중형 AI 데이터센터를 5개 짓고도 남는 양이다. 정부와 기업이 지금처럼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수행한다면 5년 내 AI 초강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AI는 더 이상 특정 업종이 아니라 전 산업의 언어다. 정부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 즉 인프라·데이터·교육·윤리 표준 등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AI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어떤 것인가?
△ 먼저, AI가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을 통해서 사업을 혁신할 수 있는 테크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 이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 기업과 조직이 적응하려면 리더가 앞장서서 직접 혁신에 나서고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성과를 내는 스피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제가 쓴 '이니시(INITIATE) 리더는 오직 행동뿐!'이라는 책에서 행동 없는 리더십은 공허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가들간의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협력해 실질적 성과를 내는 한편, 해외의 정부 및 선두기업들과 협력해 AI에 수반될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협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향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AI 테스트베드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통신시대에 초고속망으로 세계를 선도했듯, AI시대에는 AI 클라우드·교육·데이터·국민참여를 통합한 실험국가가 돼야 한다.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의 AI, 산업이 아닌 삶 중심의 AI가 진정한 'AI 강국 대한민국'을 완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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