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신사업 계획, 높은 ‘금산분리’ 벽에 제자리

송현섭 / 기사승인 : 2024-04-02 1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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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리브엠'·신한은행 '땡겨요' 성장 주춤
김주현 금융위원장 부수·겸영업무 규제 개선 시사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은행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사업 계획이 여전히 높은 ‘금산분리’의 장벽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정부와 금융당국의 과감한 규제 완화 필요성이 대두된다. 


2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해온 정부와 정책당국의 입장과 소비자 보호를 앞세워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면서 신사업 진출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은행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사업 계획이 여전히 높은 ‘금산분리’의 장벽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정부와 당국의 과감한 규제 완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자료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그나마 생색내기식의 혁신금융사업 지정 수준으로 격화되는 금융업과 비금융업간 경쟁과 기술 발전으로 업역 경계가 무의미하게 되는 상황에서 유독 은행들만 역차별 받는다는 비판론까지 업계로부터 제기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사업으로 지정받아 한시로 시범사업 수준에서 가동하는 일부 비즈니스에서 기존 업계의 비협조와 공세, 정책당국의 무성의로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은행 부대 또는 겸영 사업은 신한은행이 야심차게 시작한 배달 앱 ‘땡겨요’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 모바일’이다. 우선 신한은행의 땡겨요는 정부의 상생금융 정책에 활용되면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마이너스 수익을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리브 모바일 역시 샌드박스 규제 완화로 저렴한 통신비와 서비스를 앞세워 3년 전 시작한 때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다른 업종의 신규 진출을 경계하는 이동통신업계 분위기에 따라 현재 4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을 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1·2위가 다른 업종에서는 제도적으로 허용된 마감 시한에 묶이고 상생금융의 도구로 쓰여 사실상 예대마진으로만 수익을 내야 하는 소위 ‘이자 장사’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반면 이들 혁신금융사업은 ICT업계 공룡인 포털사들을 비롯해 OO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사·핀테크 및 VAN사 등에게 실질적인 금융업과 연관 사업의 진출 허용한 것과 상반된 모양새다.

이는 ICT 업계에게 인터넷전문은행을 필두로 보험·투자금융업 등 금융업역의 거의 전 부문의 진출을 허용하면서 은행들에겐 여전히 금산분리 원칙 준수와 데이터사업 장벽을 높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에게 소위 이자 장사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와 압력은 더 세졌다”며 “신사업 진출을 위한 제도적 지원은 고사하고 그나마 혁신금융사업도 성장의 정체 현상을 못 벗어나게 만드는 현실적인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술의 발전으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선이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이미 기본적으로 자본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은행들이라도 신사업 추진에 애로가 많다”며 “비즈니스상 역차별은 규제산업으로 불리는 특성도 있으나 현 상황에서 금산분리의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못 받은 은행들의 경우 비금융사업을 아예 진행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우리은행에서 2022년 선보인 중소기업 공급망 플랫폼 ‘원비즈 플라자’가 대표적인데 현재 기업 1만곳이 이용하나 금융연계 사업 외에는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공급망 구축으로 은행과 거래기업 모두 이익이 되는 플랫폼 사업이 규제로 인해 수익성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을 정도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비금융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규제의 장벽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주도적으로 비금융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자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면 비금융업에서도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일부 혁신금융사업을 제외한 신사업 진출은 금산분리나 각종 규제로 아예 꿈도 꾸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는 비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 지분을 15% 넘게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초기 은행의 비금융사업 허용정책이 후퇴하고 정부나 금융당국까지 고배당·고임금 및 편한 이자 장사 등으로 여건을 악화시킨 것도 주목된다.

당초 지난해 8월 은행에 대한 비금융사업 허용을 발표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전면 철회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고위 정책 당국자들 가운데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이래 금산분리와 각 금융업역에 남아있는 전업주의 등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견해를 꾸준히 피력해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비공개로 진행된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규제 완화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면적으로는 오는 7월 책무구조도 의무도입 및 H-지수 ELS 손실배상 등이 조명을 받았으나 은행들의 신사업 걸림돌에 대한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선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산업과 첨단기술의 융복합 비즈니스 활성화가 우리나라 경제를 새로운 성장과 발전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금융당국·유관 기관 등에서 금융 관련 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를 통한 제도개혁에 나설 필요성 역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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