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ESG, 기부보다 '사업모델'…AI·접근성·디지털자산 경쟁축 이동

이상원 기자 / 기사승인 : 2026-07-02 14: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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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접근성·위메이드 디지털자산·크래프톤·넷마블 AI 전면
IP·팬덤·복지까지 'ESG 차별화'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각사의 사업 전략과 핵심 리스크를 설명하는 '경영 보고서'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기부와 봉사, 친환경 캠페인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이용자 권익 보호, 정보보안, AI 윤리, 게임 접근성, 디지털 자산 관리, 인재 확보 등 게임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지속가능성 이슈가 ESG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크래프톤, 넷마블, 네오위즈, 컴투스, 엔씨(NC),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 8곳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모두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이용자 권익 보호, 기후변화 대응을 공통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각사가 ESG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뚜렷하게 달랐다. ESG를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자사의 사업모델과 성장 전략을 설명하는 언어로 활용한 것이다. 

 

▲ 카카오게임즈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카카오게임즈]


가장 차별화된 사례는 카카오게임즈다. 카카오게임즈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환경'을 ESG의 대표 가치로 제시하며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 사업인 '함께하는 플레이버디'를 핵심 사례로 소개했다.

이 사업은 2023년부터 총 96명에게 608대의 게임 보조기기를 지원했으며, 올해에도 31명에게 225대의 보조기기를 제공했다. 게임 접근성을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문화 향유와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사 ESG와 차별화된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답게 '디지털 자산 관리'를 별도 핵심 이슈로 설정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대응, 서비스 품질 관리, 디지털 자산 관리, 정보보안 강화 등을 중대 과제로 제시하며 디지털 자산의 신뢰성과 관리 체계를 지속가능경영의 핵심 리스크로 다뤘다. 일반 게임사가 이용자 보호와 정보보안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블록체인 생태계 운영 기업의 특성을 ESG에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아울러 기존 MMORPG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스팀과 콘솔 등 글로벌 플랫폼 동시 출시 전략도 지속가능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크래프톤은 ESG를 가장 사업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한 사례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Sustainable Infra', 'Trusted Publishing', 'Responsible AI'를 중심으로 ESG 체계를 구성하고 AI First 전략과 책임 있는 AI 활용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ESG를 별도의 관리 영역이 아니라 글로벌 퍼블리싱 경쟁력과 AI 기반 개발 환경, 이용자 신뢰 확보를 위한 경영 프레임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인 '크래프톤 정글'을 통해 인재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싣고 있다.

 

▲ 넷마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넷마블]


넷마블 역시 AI를 ESG의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모두를 위한 바른 기술'을 별도 챕터로 구성해 생성형 AI 활용 원칙과 AI 윤리, AI 보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자체 AI 시스템인 'ㅋㅋ 아트젠'을 활용해 게임 에셋 제작 효율을 높이고, 임직원 모두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1인 1에이전트' 체계 구축 계획도 공개했다. 동시에 넷마블게임박물관을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하며 게임을 문화·역사 자산으로 보존하겠다는 비전도 ESG에 담았다.

네오위즈는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Built for Fans. Made to Last.'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팬덤과 IP를 ESG의 중심축으로 제시했다. 사회공헌 역시 단순 기부보다 인디게임 생태계와 차세대 창작자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NEOWIZ QUEST', 게임잼, 대학생 디지털아트 공모전, T1 e스포츠 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 생태계 지원을 확대하며 팬덤 기반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컴투스는 자체 ESG 철학인 'COM2US PLUS'를 제시하며 게임 IP를 사회공헌과 연결했다. 서머너즈 워 10주년 WWF 후원 캠페인과 컴투스프로야구 연계 고교 야구부 지원, 게임문학상 수상자 대상 Hive 플랫폼 제공 및 멘토링 등이 대표 사례다. 게임 IP를 단순한 수익원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의 플랫폼으로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NC는 레거시 IP와 신규 IP, 독립 스튜디오, 글로벌 퍼블리싱 및 파트너십을 지속가능성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서는 '유저 소통 기반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 '안정적이고 최적화된 게임 경험 제공', '글로벌 게임 기업을 향한 지속적인 도전'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콘텐츠 경쟁력과 글로벌 확장을 ESG와 직접 연결했다. 다른 게임사들이 사회공헌이나 환경 활동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 달리 게임 본업의 경쟁력을 지속가능성의 핵심으로 정의한 것이 특징이다.


▲ 엔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앤씨]


펄어비스는 임직원 복지와 조직문화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정규직뿐 아니라 계약직과 파견직, 특별직에도 동일한 수준의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사내 어린이집 운영과 자녀 돌봄 지원, 난임 시술비 및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 부모 요양 치료비 지원 등 다양한 가족친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주요 과제인 인재 확보와 조직 경쟁력을 ESG의 핵심 요소로 제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게임사 ESG 보고서의 가장 큰 변화로 '사업 전략 중심의 ESG'를 꼽는다. 환경 지표나 사회공헌 실적보다 서비스 안정성, 정보보안, AI 활용, 콘텐츠 경쟁력, 글로벌 커뮤니티 운영 등 게임 산업 본연의 경쟁력을 지속가능경영의 핵심 가치로 설명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이용자 신뢰 확보와 기술 리스크 관리, 우수 인재 확보 경쟁으로 귀결된다"며 "ESG 경쟁도 이제는 누가 더 많은 기부를 했는지가 아니라 각사의 사업 리스크와 성장 전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ESG 보고서가 투자자와 이용자에게 기업의 장기 성장성과 경영 방향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IR 자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접근성을, 위메이드는 디지털 자산을, 크래프톤과 넷마블은 AI를, 네오위즈와 컴투스는 팬덤과 IP를, NC는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펄어비스는 인재와 조직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각자의 사업 전략을 ESG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한편, 대형 게임사 중에 한 곳인 넥슨은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넥슨 관계자는 "2024년 이후 CSR 보고서를 별도로 발행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는 향후 지속가능경영 관련 보고 체계와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개편하기 위한 내부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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