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규제 강화 불구 저축은행 ‘대출 축소’…풍선효과 막는 PF 후폭풍

이상원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4 14:33:31
5대 은행, 올해 대출 총량 목표 80% 소진…밀려난 수요 흡수 여력 부족
건전성 관리·PF 부실 정리 지속…중·저신용자 자금조달 공백 우려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올해 관리 목표의 80%에 육박하면서 하반기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통상 은행권 대출이 막히면 수요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와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며 대출 공급을 오히려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이 가계 대출이 한계치에 육박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의 대출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저축은행 로고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지난 9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48조360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3846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인 4조3300억원의 78.2%에 해당한다. 연간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상반기에 이미 소진한 만큼 하반기에는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대출 심사가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은행권에서 밀려난 대출 수요를 적극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2026년 6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7조6000억원 증가한 반면 저축은행 대출은 3000억원 감소했다. 제2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도 5월 2조4000억원에서 6월 7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반면 보험권 대출은 1조원 늘어나며 일부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대출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자산 축소와 건전성 관리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들이 은행권에서 밀려난 수요를 적극적으로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PF 부실의 후유증을 꼽는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2년간 PF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에 따라 외형 성장보다는 자산 건전성 회복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신규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연체율이 다시 상승하고 충당금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여신 심사를 과거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18조원으로 전년보다 2조9000억원 감소했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전체 대출자산도 4조40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6.04%,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43%,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85%로 개선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지표 개선이 수익성 회복이나 신규 영업 확대보다는 부실채권 정리와 여신 축소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축은행의 보수적인 영업 기조가 이어질 경우 중·저신용자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동시에 대출 문턱을 높이면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한 차주들이 카드론이나 대부업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금융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서민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예상 부실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업계는 건전성 관리와 보수적인 영업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부동산 관련 규제로 대출이 가능한 고객층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며 “은행권 규제로 대출 수요가 유입되더라도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여신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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