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자회사 직원들, '차별'에 격노...제2의 '다음소희' 만들지 말라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1-25 07: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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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고객서비스, 2014년 분사 이후 성과급 8.5%로 동결
본사 성과급 5분의 1 차별, 분사 후 업무량 늘고 처우 악화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삼성카드는 10년 전 분사 때 만해도 사명만 바꾸고, 본사 직원과 차별하지 않기로 했는데, 현재 우리는 삼성카드 본사 직원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한 성과급, 곱절로 늘어난 업무 시간 등으로 하청업체 노동자 취급을 받고 있다.”


“일을 시킬 때는 삼성카드 가족이라고 하고, 성과급을 줄 때는 하청업체 직원 취급이니 가끔 영화 ‘다음소희’에서 고통받다 죽어가던 콜센터 감정 노동자들이 떠올라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 북극한파에 얼어붙은 태평로 소재 삼성본관 빌딩 앞. 이날 삼성카드고객서비스센터 직원들은 본사와의 차별 중지를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펼쳤다. [사진=메가경제] 


지난 23일 오전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육박한 북극한파가 매섭던 서울 중구 삼성본관 앞. 

 

이날 한국노총 산하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추위를 무릅쓰고 아스팔트로 나와 삼성카드에 처우 개선을 촉했다.

주로 젊은 여성들로 이뤄진 노조원들은 ‘2024년 삼성카드 OPI 사상 최대 지급 예정, 고객사는 그의 5분의 1 수준, 더 이상 차별은 참을 수 없다’, ‘10년전 협박분사, 일시킬 땐 가족 돈 줄 때는 남의 회사’란 피켓 문구를 들고 항의 시위를 펼쳤다. 

노조원은 “삼성카드는 2014년 고객센터를 분사하면서 정규직 구조조정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업무량만 가중되고 처우는 차별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삼성카드의 자회사인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성과급 지급률이 모회사인 삼성카드보다 낮은 것에 대해 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카드 측은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업무 난이도가 낮고, 핵심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직원들은 이러한 차별에 대해 격노한다.

 

그러면서 노조는 삼성카드가 과도한 콜 압박 속에서도 부족한 인력을  단기계약직으로 채워 넣고, 자회사 인력의 성과를 축소한다고 질타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2014년 삼성카드가 카드업계 최초로 상담업무 조직을 분리해 100% 지분을 출자한 자회사다. 당시 콜센터, 입회센터, 고객보호센터, 발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고객 상담 정규직 인력 400여명이 대규모로 이동했다. 이들은 삼성카드를 퇴사하고 자회사로 재입사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로 이동한 인력은 약 1300명으로 당시 삼성카드 전체 직원 3400명과 비교하면 거의 3분 1이 넘는 숫자였다.

삼성카드가 콜센터를 분리하며 내세운 명분은 고객 서비스 개선과 본사 계약직 직원의 고용안정이다. 자회사 직고용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상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삼성카드 본사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조는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된 후 콜 처리 압박, 인력 부족, 성과 저평가 등 업무 조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 삼성카드는 10년전 콜센터 정규직 직원들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본사와의 차별을 두지 않겠다고 했지만,이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메가경제] 


삼성카드 직원의 5분의 1에 불과한 성과급, 특히 OPI(초과이익성과급)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어 자괴감을 느끼는 부분이다. 삼성카드와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OPI는 분사 직후인 2014년 각각 8.5%로 같았지만, 삼성카드의 OPI 규모가 커지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카드 OPI는 2018년 20%대에서 2021년 50%를 기록했는데,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직원들은 분사 이후 8.5%로 동결된 상태다.

분사 10년째인 현재 이들은 2021년 노조를 설립하고 모회사 삼성카드에 업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삼성카드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OPI를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사 이후 10년 동안 차별을 받아온 직원들에게도 정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객서비스센터 직원들은 감정노동자들로 상당부분 삼성카드의 실적에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이 가장 분노하는 대목이다. [사진=메가경제] 

노조는 또한 “삼성카드는 분사 이후에도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업무와 인력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삼성카드의 책임을 인정하고, 분사 이전과 같은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는 메가경제에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삼성카드와 업무위수탁 관계에 있는 별도의 회사이다. 삼성카드는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직원의 보상을 포함한 근로조건 결정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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