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영국 행동주의 펀드, 법원행 결국 취하…LG화학 주총 앞두고 '지배구조 이목'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2-26 15:09:42
정관 개정·'3%룰' 겨냥한 중장기 포석 차원이라는 해석
가처분 소송 취하 전 LG화학 "ROE 중심 보상·사외이사 의장 선임"으로 대응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주주권 확보로 기업 변화를 요구하는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와의 주주권 공방이 한 때 법정 다툼으로 확산되면서 LG화학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주주제안에 이어 법원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되며 경영권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모습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5일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이 제기했던 ‘주주총회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이 취하됐다고 밝혔다. 

 

관할 법원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이며, 신청인은 팰리서캐피탈마스터펀드다. 이는 신청인이 직접 취하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으로 법원이 실질적인 판단을 내리기 전에 절차가 종료된 것이다.

 

해당 가처분은 상법상 주주제안권을 근거로 이미 회사 측에 전달한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루도록 요구하는 취지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법적 절차는 일단락됐지만 분쟁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이번 공방의 핵심은 정관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재설계에 있다. 

 

팰리서 측은 독립이사 제도 도입과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을 요구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주총에서 공개적으로 경영 현안을 논의하고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를 압박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구조다.

 

권고적 주주제안이 도입될 경우 NAV(순자산가치) 할인율 공시, 자본 효율성을 반영한 KPI(핵심성과지표)와 주식 연계 보상,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추가 매각 여부 등 기존에 이사회 전속 권한으로 여겨졌던 사안들도 주총에서 ‘의견 표명’ 형태로 다뤄질 뻔 했다.

 

특히 2027년부터 ‘3%룰’과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이번 요구가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지배구조 변화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우세하다.

 

3%룰은 이사·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로, 소수주주의 표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다.

 

이번 가처분 소송이 취하되기 전까지 LG화학은 정면 대응 기조를 유지해왔다.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제안은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대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주주 소통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 거버넌스 개선 조치를 이미 시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NAV 할인율 정기 공시에 대해서는 외부 변수 영향이 커 경영 책임 구조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ROE(자기자본수익률) 중심의 경영 관리와 주주 수익 연계 보상 체계를 2026년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해 자본 효율성 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추가 매각 요구에 대해서도 단기 대규모 매각은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의 점진적 유동화 방침을 유지했다.

 

문제는 시장의 시선이다.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가 반등이 제한적이었는데 25일 기준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가처분 신청 취하로 법적 리스크는 일단 해소됐지만, 주총 표결이라는 또 다른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제도 변화까지 염두에 둔 장기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은 일회성 분쟁을 넘어 국내 상장사의 주주권 행사 방식과 지배구조 논쟁에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후 소수주주의 표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에서 추가적인 주주 설득 카드가 없다면 향후 이사 선임 구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번 분쟁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거버넌스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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