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대신 확산"…CJ제일제당, '취사병 전설'로 IP 사업 실험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7 16:19:59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맞춤형 간편식 출시
"콘텐츠 IP를 일상 소비로"…식품·급식까지 확장 노린다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인기 드라마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상품은 보통 특정 유통채널 독점이 공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앞세워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와 동시에 손잡았다. 편의점마다 메뉴를 달리해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콘텐츠를 일상 속 소비 경험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단순한 간편식 출시를 넘어 콘텐츠를 식품과 유통, 급식 사업으로 확장하는 CJ제일제당의 새로운 IP 사업 모델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CJ제일제당이 새로운 IP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챗GPT4]

 

1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는 지난 16일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와 CJ제일제당이 협업한 간편식 제품을 각각 출시했다.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을 선택한 이등병 강성재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해당 작품은 공개 첫 주에 누적 디지털 콘텐츠 조회수 1억2천만뷰를 돌파했고, 공개 이후 3주 연속 티빙 주간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GS25는 드라마 속 돈까스와 산채비빔밥 메뉴를 구현한 '취사병 정성을담은돈까스'와 '취사병 산채불고기비빔밥'을 출시했다. 이 중 '취사병 산채불고기비빔밥'의 경우 군 생활에 빠질 수 없는 '맛다시 고추장'이 핵심 재료로 들어가 추억과 맛의 풍미를 한층 높였다.

 

CU는 '취사병 옛날 햄버거'와 '취사병 고추장 라구 파스타' 2종을 출시했다. '취사병 옛날 햄버거'는 일명 '군대리아'에서 착안한 상품으로, 드라마 속 레시피를 그대로 활용해 만들었다. '취사병 고추장 라구 파스타'는 새콤한 토마토 소스와 고소한 돼지고기의 풍미를 살린 라구 파스타에 한국적인 식재료인 고추장을 접목한 메뉴다.

 

세븐일레븐은 춘장을 더한 차별화된 레시피의 간장찜닭과 쫄깃한 당면을 메인으로 구성된 도시락 상품 '그럴싸한간장찜닭도시락'을 내놨으며, 이마트24는 '홍시떡볶이'에서 착안해 홍시 퓨레를 활용한 떡볶이를 메인으로 한 '전설의꿀조합' 도시락을 선보였다.

 

◆"독점 대신 확산"…편의점 4사에 흩뿌린 '취사병 IP'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단순한 간편식 출시를 넘어 CJ제일제당의 콘텐츠 IP 확산 전략이 반영된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인기 드라마나 예능 IP를 활용한 상품은 특정 유통채널과 독점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가 동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대신 각 편의점마다 판매 상품을 다르게 구성해 차별화를 꾀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고, 이를 편의점별 특색에 맞춰 나눠 공급한 것으로 안다"며 "각 편의점이 취급하는 메뉴가 다르기 때문에 각 사 입장에서는 자사 상품을 홍보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맞춰 출시 시점도 함께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특정 편의점과 독점하는 것보다 여러 편의점에서 동시에 IP 상품을 노출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개별 상품은 각 사의 차별화 메뉴지만 '취사병 전설이 되다'라는 IP 자체는 편의점 4사가 공동으로 활용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편의점별 메뉴 차별화 역시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생산·재고 운영 효율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군대리아를 먹고 싶은 소비자는 CU를, 간장찜닭 도시락을 원하는 소비자는 세븐일레븐을 찾는 식으로 소비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판매보다 경험"…CJ제일제당, '콘텐츠의 일상화' 노리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협업의 핵심을 '콘텐츠 경험의 일상화'에 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제품 판매 확대를 넘어 드라마의 감동과 화제성을 소비자의 일상으로 확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드라마 속 메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 드라마의 감동과 화제성을 시청자의 일상으로 확장하고, 소비자들이 CJ제일제당 제품과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주요 시청층인 젊은 소비자들이 가장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채널이 편의점"이라며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일상 속에서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편의점 4사 모두와 협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별 메뉴를 다르게 구성한 배경에 대해서는 각 유통사의 상품 포트폴리오와 소비자 선호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의를 거쳐 메뉴를 선정했음을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협업이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부터 준비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는 점도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상품화를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며 "제작 과정에서 관련 제안을 받은 뒤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 상품화로 연결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제작 단계 협업은 아니었지만 타깃 소비층에 맞는 유통 채널과 제품을 신속하게 선정해 추진한 것이 핵심"이라며 "AI를 활용해 제작 이후 VPPL(가상 간접광고)로도 연결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CJ제일제당은 향후에도 콘텐츠와 식품 사업 간 시너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협업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프로젝트"라며 "앞으로도 웰메이드(well-made) 콘텐츠와 식품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이번 협업을 편의점 판매에 그치지 않고 군 급식 등 B2B 시장으로 확대를 추진한다. 회사는 '취사병' 콘셉트를 활용해 급식 사업장 특식 메뉴 운영을 제작사 측에 제안했으며, 고추장 라구파스타와 육전, 군대리아 등 관련 메뉴와 제품을 군 급식 등 B2B 채널로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급식 시장이 단순 식사 제공을 넘어 차별화된 메뉴와 콘텐츠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략의 배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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